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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대표팀 지휘 열흘…‘졸전’ 평가 동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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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대표팀 지휘 열흘…‘졸전’ 평가 동의 못해”

입력
2017.09.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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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우즈베키스탄과 비겨 월드컵 티켓을 딴 뒤 권창훈과 포옹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우즈베키스탄과 비겨 월드컵 티켓을 딴 뒤 권창훈과 포옹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천신만고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이 피 말렸던 순간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6일(한국시간) 우즈베케스탄 타슈켄트 시내 한식당에서 원정 취재를 온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한국이 본선 티켓을 따고도 답답한 경기력으로 손가락질 받은 것에 대해 신 감독은 “팬과 언론의 비판은 충분히 인정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즈벡전이 졸전이라는 기사도 있던데 뭘 봐서 졸전이었나. 여기까지 와서 땀 흘리고 희생한 선수들의 희망을 한꺼번에 빼앗는 거 아닌가”라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팬들에게 비난 받은 논란들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우즈벡전이 득점 없이 끝난 뒤 신 감독은 중계 카메라 앞에 섰다. 같은 시간대 이란-시리아 경기가 추가시간에 돌입해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만약 시리아가 1골만 더 넣었으면 시리아가 2위, 한국이 3위로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수도 있는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요청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란-시리아전이 끝나지 않았지만 AFC에서 빨리 인터뷰에 들어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표팀 선수들은 이란-시리아가 2-2로 끝나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뒤 신 감독을 헹가래치고 간단한 축하 세리머니를 했다. 일부 언론이 같은 시간대 이란-시리아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미리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기사를 썼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니다. 세리머니와 헹가래 등은 AFC로부터 모든 결과를 다 확인 받고 진행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신 감독도 “민감한 부분은 사실 확인을 좀 하고 썼으면 한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국가대표 감독은 신이 아니다. 제가 대표팀을 지휘한 게 길게는 열흘(8월 21일 조기소집), 짧게는 사흘(8월 28일 유럽파 등 전체 소집)뿐이다. 한꺼번에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실점만 하면 우리에게도 기회는 온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다행스럽게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6일 타슈켄트 시내 한식당에서 취재진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감을 털어놓은 신태용 감독. 타슈켄트=연합뉴스
6일 타슈켄트 시내 한식당에서 취재진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소감을 털어놓은 신태용 감독. 타슈켄트=연합뉴스

그는 이란-우즈벡 두 경기에 자신의 40년 축구 인생을 걸었다고도 털어놓았다.

10월 이후 일정은 머릿속에서 지웠고 우즈벡에 도착해 아내와 두 아들, 지인과 전화는 물론 카카오 톡 메시지도 끊었다. 신 감독은 “이곳 전화요금이 너무 비싸서 안 했다”고 농담하면서도 “만약 탈락하면 당연히 감독직을 내려놓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전날 우즈벡전을 마치고 신 감독은 선수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며 회포를 풀었다. 특히 이동국(38ㆍ전북), 염기훈(34ㆍ수원) 등 베테랑들과는 한 잔 더 기울였다. 그는 “노장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 특히 이동국은 모든 걸 내려놓고 최고참인데도 분위기메이커 역할까지 했다”고 고마워했다. 이들이 과연 본선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다. 신 감독은 “노장 선수들에게 이번 2연전 출전이 월드컵 출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미리 말해뒀다. 냉정하게 경기력을 볼 것이다. 단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내년까지 좋은 기량을 유지하면 당연히 러시아에 데리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선수 경력으로 따지면 한국 프로축구 역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전설’이다. 하지만 늘 ‘국내용’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국가대표 경력은 A매치 23경기 3골뿐이고 월드컵 출전 경험도 없다. 선수시절 밟지 못한 월드컵 무대를 사령탑이 돼 참가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한국 가봐야 알 것 같다”며 “첫 월드컵 출전이니 ‘대박’ 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신태용호가 본선에서는 특유의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 질문에 신 감독은 자신 있게 답했다.

“세계 톱클래스 팀을 상대로도 수비만 하다 끝내지 않을 거다. 제가 좋아하는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할 수 있게끔 남은 시간 잘 준비 하겠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 일문일답.

-이란과 9차전에 긴장한 표정이 잡혔다. 축구팬들이 기존 신태용과 달라 보였다고 한다. 국가대표 감독직이 부담스러웠던 건가.

“이란전이 잘못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한 경기에 모든 게 좌지우지되니 보이지 않게 심각했던 부분이 있었다. 역시 대표팀 감독은 무거운 자리란 걸 느꼈다. 선수와 감독 시절을 포함해 이란, 우즈벡은 가장 힘든 두 경기였다. 통과하면 모든 게 기쁠 줄 알았는데 러시아 월드컵을 벌써부터 고민해야 해 힘든 자리이지 않나 생각한다."

-본선 진출권을 따냈지만 팬들 비난이 거세다.

“축구란 게 급하다고 협회 예산 절반을 투자해서 당장 성적 낼 수 없는 거다. 신태용이 왔다고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처럼 장기간 맡으면 모르겠지만 한국 축구에서 오랜 시간 자기색깔을 입히기는 제한적이다.”

-올림픽,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시절과 다른 점은.

“앞뒤 잴 거 없이 월드컵 진출 못하면 한국 축구 앞날이 가장 걱정됐다. 제 축구 인생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서 만약 성적을 못 내면 갈 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압감에 가장 힘들었던 거 같다.”

우즈벡전 도중 경기가 안 풀리는 지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 타슈켄트=연합뉴스
우즈벡전 도중 경기가 안 풀리는 지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 타슈켄트=연합뉴스

-월드컵이 9개월 밖에 안 남았다.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도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팬들이 70%는 국가대표 응원하고, 30%만 K리그 응원한다. 뿌리인 K리그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님은 1년 전 너무 힘든 시기에 맡았다. 다행히 난 대표팀 코치와 연령별 감독을 지내면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동국이 이란전에 고작 6분 뛰면서 교체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교체카드는 3장밖에 없다. 언론과 팬들은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김신욱 등을 쓰라며 교체카드가 5~10장 되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사실 이란전에 김민재가 뇌진탕 증세로 교체 아웃되지 않았다면 이동국을 더 빨리 투입했을 거다. 이동국이 우즈벡전에는 후반 31분에 투입돼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축구는 개인돌파가 안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동의한다. 어릴 땐 풋살처럼 8대8, 7대7 경기를 많이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좁은 공간에서 하면 숏 패스와 연계플레이가 좋아질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감독도 성적을 내야 하는 구조다.”

-최종예선에서 11골을 넣고, 10실점했다. 본선에서 어린 선수 깜짝 기용 의사는.

“12월에 일본에서 동아시안 컵이 열린다. K리그의 젊은 선수들을 발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골이 많이 나지 않는다. 이란도 10골 밖에 못 넣었다. 대한민국 축구가 한 경기에 두 세 골씩 넣으면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라이커들이 골 기회는 해결을 해줘야 한다. 문전에서 좀 더 집중력을 높이도록 하겠다.”

선수들이 신 감독을 헹가래치는 모습. 같은 시간대 이란-시리아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헹가래를 쳤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선수들이 신 감독을 헹가래치는 모습. 같은 시간대 이란-시리아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헹가래를 쳤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이런 식으로 월드컵에 가봤자 경기력이 나쁠 것이란 지적이 있다. 본선에서 수비축구를 할 것인가 공격축구를 할 것인가.

“대표팀을 소집해 짧게는 사흘, 길게 열흘간 훈련을 했다. 난 신이 아니다. 성은 신 씨지만(웃음). 다행히 결과를 가져와서 천만다행이지만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가서도 독일 등 세계 톱 클래스 팀을 상대로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월드컵에서 수비하다가 끝내지는 않을 거다. 제가 좋아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우즈벡전 전략은.

“사실 우즈벡이 전반에 강하게 나오고 후반에 체력이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전반에 잘 버텨줬고 후반에 나쁘지 않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졸전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던데 무엇이 졸전인지 되묻고 싶다. 본선을 목표로 더운 날씨에 희생한 선수들의 희망을 한 순간에 빼앗는 거 아닌가.”

-유럽 강호와 원정 평가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훨씬 떨어지는 팀과 경기를 하면 보기 좋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난 늘 평가전은 강팀과 해 달라고 한다. 깨지더라도 좋은 팀과 붙어서 맞받아치면 부족했던 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월에 유럽에 나가는 걸로 아는데 강 팀과 했으면 좋겠다.”

-A매치 경험이 없는 김민재를 중용해서 성공했다.

“여기서 내 자랑을 한번 해야 될 거 같다(웃음). 전북 경기를 자주 보러 갔는데 사실 김민재를 보러 간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김영권 옆에 누굴 세울지 궁금해 했는데 난 사실 김민재 파트너로 누굴 투입할까 생각했다. 김영권에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민재를 잘 컨트롤 해 달라고 했는데, 나중엔 민재가 영권이를 컨트롤하고 있더라.(웃음)”

-최종 예선 내내 원정에서 부진했다.

“시리아와 원정 2차전(2016년 9월. 0-0)부터 좀 꼬이기 시작했건 거 같다. 만약 우리가 그때 시리아를 잡았다면... 아, 그러면 슈틸리케 감독이 쭉 가시고 제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거다.(웃음)”

-노장 선수들 다시 뽑을 것인가.

“냉정히 말하면 보장할 수 없다. 그들에게도 두 경기에 ‘올인’하되 본선합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미리 말했다. 단 나이가 많아도 내년까지 좋은 기량을 유지하면 당연히 데려 간다.”

-올림픽, U-20대표팀 때 함께 했던 선수들은.

“원점에서 볼 거다. 신태용 감독 아래서 축구 했다고 눈여겨본다? 이런 거 없다. 그 선수들의 인성이나 장단점은 내가 다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K리그든 유럽 리그든 프로에서 어떻게 뛰는 지 볼 것이다.”

-선수 시절 월드컵 못 나갔는데 감독으로 첫 출전하게 됐다.

“사실 실감이 잘 안 난다. 어제 선수들과 호텔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 했고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등 고참들과 따로 또 한 잔 하며 이야기했다. 힘든 시기에 너무 고마웠다. 특히 동국이가 먼저 내려놓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줬다. 한국 들어가야 ‘월드컵 한번 가보는구나’ 생각이 들것 같다. 첫 월드컵이니 잘 준비해서 ‘대박’나도록 하겠다.”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가족들과 연락을 했나.

“가족은 물론 지인들과도 아예 안 했다. 한국에서 수도 없이 전화나 메시지가 왔지만 한 통도 받지 않았다. 사생결단으로 왔다. 사실 전화비가 분당 몇 천원이라 비싸서 못했다(웃음).”

-한국 가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

“생각 안 해봤는데... 좀 쉬면서 지인들과 제가 좋아하는 골프 치고 싶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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