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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엔 정년 없어… 연주자의 삶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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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엔 정년 없어… 연주자의 삶 시작

입력
2015.12.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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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임을 앞둔 '거문고 명인' 정대석 서울대 국악과 교수. 연합뉴스
정년 퇴임을 앞둔 '거문고 명인' 정대석 서울대 국악과 교수. 연합뉴스

“예술에 정년이 있나요? 교수로서 직함은 내려놓지만 거문고 연주는 계속됩니다.”

국내 최고의 ‘거문고 명인’으로 꼽히는 정대석(65) 서울대 국악과 교수가 9년 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한다. 정 교수는 2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단지 학교를 떠날 뿐 거문고 연주자로서의 삶은 다시 시작”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단국대 국문학과를 나온 정 교수는 서울대 음대 교수 중 최초의 타과 출신이어서 임용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가 거문고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바로 가난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악기 한 번 만져본 적 없었지만 6년간 장학금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덜컥 6년 과정인 국립국악원 국악사양성소에 응시해 합격했다. 이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국악사양성소에서 성악, 시조 등 국악을 처음 접한 그는 3년차에 거문고를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거문고 연주자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정 교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학비였다. 대학 등록금이 없어 경주의 시립국악원 교사로 1년 8개월 동안 음악을 가르친 그는 우연히 4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단국대에 뒤늦게 진학했다.

비록 국악과는 아니었지만 그는 거문고를 손에서 놓을 줄 몰랐다. 고전예술부 동아리에서 밤낮으로 거문고를 연습하며 실력을 갈고 닦았고 4학년 때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가 12년간 근무했다. 이후 KBS 국악관현악단 창단 때 수석 멤버로 합류해 악장까지 지냈다. 더 큰 가르침을 베풀고 싶어 2007년부터는 서울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를 ‘거문고 전도사’로 부른다. “전공자뿐만 아니라 타과 학생들까지 거문고를 배우러 오는 것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그는 회고했다. 법대 교수 출신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해 200여명의 교수들이 함께 거문고를 배우는 모임인 ‘지음회’를 거쳐갔다. 정 교수는 “일흔이 넘은 명예교수부터 치대 교수 등 다양한 분들이 거문고 연주를 통해 마음을 닦는다고 이야기한다”며 “퇴임 후에도 지도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계속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위수여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2011년 8월 여름 학위수여식에서는 서울대 역사상 최초로 그가 기획한 국악 연주가 행사 내내 울려 퍼졌다.

그는 비록 교직을 떠나지만 거문고 연주자로서의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월 태국에서 제자들과 함께 연주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6월에는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도 공연을 갖는다. 정 교수는 “이틀 전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할 때도 느꼈지만 무대에 서는 것은 여전히 행복한 일”이라며 “나이를 먹어도 한결같이 연습해 계속 열정적인 연주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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