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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영국 그린햄커먼 여성 반핵시위(12.12)

입력
2017.12.1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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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2월 12일 잉글랜드 '그린햄커먼'공군기지 담장을 넘는 여성평화캠프 회원들. greenham-common.org.uk
1982년 12월 12일 잉글랜드 '그린햄커먼'공군기지 담장을 넘는 여성평화캠프 회원들. greenham-common.org.uk

1981년 9월 잉글랜드 남부 버크셔 ‘그린햄커먼(Greenham Common)’ 공군기지 정문 앞에 웨일즈의 여성 평화운동단체 ‘지구 생명을 위한 여성들(Women for Life on Earth)’ 회원 36명이 모였다. 그들은 영국 정부의 크루즈 핵미사일 배치 결정을 백지화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전원 연행돼 기소됐다. 정부와 군의 단호함은 오히려 여성들의 분노를 샀다. ‘그린햄커먼 여성평화캠프’가 그 직후 결성됐다.

82년 12월 12일 2차 시위를 위해 기지 정문에 모여든 여성은 무려 3만명에 달했다. 그들은 팔짱을 끼고 기지 철조망을 에워싼 뒤 맴돌며 추위를 이겼다. 그날 그들의 ‘기지 보듬기 (Embrace the Base)’ 행사는 평화를 향한 여성들의 거대한 행진이었고, 1년 전의 비장한 시위와 달리 성대한 축제였다. 그린햄커먼 반핵시위 소식은 장엄한 현장사진과 함께 전세계에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 여성 평화운동단체들이 잇달아 동참했다. 83년 4월 행사에는 7만명이 운집, 그린햄 기지를 에워싸고도 남아 인근 버필드 군수공장까지 장장 23km의 인간 사슬을 형성했다.

그린햄 여성평화캠프가 오직 여성만으로 시위를 진행하기로 한 까닭은 어머니로서 자신들의 자녀와 미래 세대를 핵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참여 인원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데 고무된 시위자 중 일부는 철조망을 넘거나 끊고 기지 안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기지 내 사일로 지붕에 올라가 춤을 춘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전원 기소돼 실형을 살았다. 하지만 이듬해 4월 200여명의 여성들이 ‘테디베어’ 복장을 하고 기지에 다시 진입, 시위 분위기를 ‘일신’하기도 했다.

기지에서 핵이 사라진 것은 91년이었다. 중거리 핵미사일 감축협정에 따른 조치였다. 그리고 2000년 기지가 폐쇄됐다. 여성들은 하원 의회 청원을 통해 그 부지에 시위 기념물을 조성했고, 폐기지는 반핵평화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영국 정부의 잠수함 추진 핵미사일 프로젝트 트라이던트(Trident) 프로그램 반대 시위 등도 주로 거기서 이뤄졌다. 영국 정부는 2002년 10월 폐기지를 국가 기념 사적지로 지정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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