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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두 달 앞두고 日 대표팀 감독 경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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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두 달 앞두고 日 대표팀 감독 경질 왜?

입력
2018.04.09 17:5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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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까지 참견 규율 축구 강행

선수들과 불화에 경기력 부진

계약기간 보장하던 전례 깨고

후임 감독 니시노 아키라 선임

일본축구대표팀을 이끌던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이 러시아월드컵을 두 달여 앞둔 9일 전격 경질됐다. 사진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를 때 모습. 사이타마=AP 연합뉴스
일본축구대표팀을 이끌던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이 러시아월드컵을 두 달여 앞둔 9일 전격 경질됐다. 사진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를 때 모습. 사이타마=AP 연합뉴스

2018년 러시아월드컵(6.14~7.15)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일본축구협회가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바히드 할리호지치(66) 감독 경질을 발표하고 후임으로 니시노 아키라(63) 기술위원장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니시노 신임 감독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가시와 레이솔, 감바 오사카 등을 맡아 1부 리그 역대 최다인 270승을 달성한 사령탑이다. 다시마 회장은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아 내부에서 뽑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콜롬비아, 세네갈, 폴란드와 월드컵 H조에 속해 있다. 2015년 3월 하비에르 아기레(60) 전 감독 후임으로 일본대표팀을 맡은 할리호지치 감독은 약 3년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할리호지치 감독에 이어 후임으로 결정된 니시노 아키라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일본축구협회 제공.
할리호지치 감독에 이어 후임으로 결정된 니시노 아키라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일본축구협회 제공.

할리호지치 감독의 경질은 경기력 부진과 선수단 불화가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이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에 1-4로 완패한 뒤 할리호지치 감독을 바꿔야 한다는 거센 여론에도 다시마 회장은 재신임했다. 그러나 지난 달 평가전에서 말리(1-1)와 우크라이나(1-2)를 상대로 1무1패에 그친 데 이어 사령탑과 선수 사이에 불화 기미가 보이자 경질 카드를 꺼냈다. 다시마 회장은 “우크라이나전을 전후로 감독과 선수 간 신뢰가 희미해졌다”고 했다.

보스니아 출신인 할리호지치 감독은 과거 코트디부아르, 알제리 사령탑 시절 지각이나 무단결석을 밥 먹듯 하는 선수들에게 식사와 낮잠 시간까지 지정하는 등 규율을 강조해 팀 분위기를 바꾸며 효과를 봤다. 그러나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전임 알베르토 자케로니(65), 아기레 감독에 익숙하던 일본 선수들에게는 ‘독’이 됐다. 일본 언론 스포니치 아넥스는 “할리호지치 부임 직후 주전 선수들이 ‘우리는 아이가 아니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산책도 마음대로 못하는 상황이 된 일본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성적 부진으로 대표팀 사령탑을 바꾼 건 1997년 가모 슈(79) 감독 이후 21년 만이다. 가모 슈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에 1-2로 역전패한 ‘도쿄대첩’ 여파로 물러났다. 이후 일본은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이비차 오심(77), 스페인 프로축구 감독 시절 승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아기레 감독을 뺀 5명의 지도자가 숱한 외풍에 시달렸을 때도 철저히 계약기간을 보장했다. 같은 기간 13명의 감독을 갈아치워 ‘독이 든 성배’란 비아냥을 듣던 한국과는 달랐다.

일본 축구에 밝은 관계자는 “일본 축구 산업을 뒷받침하는 삼각 축인 스폰서, 중계권사, 광고대행사 덴쓰는 사무라이 재팬(일본대표팀)에 대해 안정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으려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충격 요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참패에 이어 러시아월드컵도 실패하면 일본 축구 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릴 거란 위기의식이 발동했다는 의미다.

할리호지치 감독을 선임했던 다니이 구니아 협회장, 시모다 마시히로 기술위원장이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 방패막이도 없었다. 프리랜서인 요시자키 에이지 일본 축구전문 기자는 “러시아월드컵 결과에 책임을 지더라도 우리가 택한 감독으로 책임지겠다는 다시마 회장 의중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신태용(왼쪽)과 할리호지치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신태용(왼쪽)과 할리호지치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러시아월드컵에 나가는 아시아 팀 중 이란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감독을 중간에 교체했다”고 꼬집었다.

한국(울리 슈틸리케→신태용), 사우디아라비아(판 마르바이크→에드가르도 바우사→안토니오 피치), 호주(엔제 포스테코글루→마르바이크)와 달리 이란은 카를로스 케이로스(65) 감독이 7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이란은 아시아 국가 중 수비 조직이 제일 탄탄하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가장 경쟁력 있다는 평을 듣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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