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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압박에 동의서 강요도… 소란 커지는 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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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압박에 동의서 강요도… 소란 커지는 성과연봉제

입력
2016.05.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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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실력 행사… 갈등 확산

주택금융公 연수원 예산 90억

“금융위서 집행 불허” 주장 제기

산업은행선 “동의서 받아와라”

실적 비교하며 부서장들 다그쳐

노조 “총파업 불사” 반발 고조

“당국ㆍ노조 둘 다 문제” 여론 싸늘

#.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1월 금융위원회 경영예산심의위원회에서 수년간 숙원 사업이던 연수원 신설 예산 90억원을 배정 받았지만 향후 집행이 불투명해졌다. 사측이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성과연봉제 미도입 시 이 예산의 집행을 금융위가 불허할 것이라고 압박했다는 것이 주금공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연수원 예산을 앞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에 넘길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 산업은행은 11일부터 4급 이상 행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를 받고 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직원에게만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산은 측은 밝혔지만, 일부 직원들은 사실상 강압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산은의 한 직원은 12일 “인사부가 부서별, 지점별 징구 실적을 비교하면서 부서장, 지점장을 압박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금융공공기관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총 동원해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이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피해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압박용 지렛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관련 법에 따라 공공기관의 세전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적립해 직원들의 경조금, 유치원비 보조금, 장애인보조금, 콘도이용료 등에 쓸 수 있도록 마련된 돈이다. 다만 기획재정부와의 사전 협의, 금융위원회의 승인 절차 등을 거쳐야만 쓸 수 있다. 그런데 사내근로복지기금 승인 절차가 뚜렷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해당 기관 내부에선 이를 성과연봉제 미도입에 따른 불이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등은 올해 초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승인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앞서 승인을 받아 둔 기금이 바닥이 나면서 지난 2일부터 지급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정부가 이미 배정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며 노조 측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더 미뤄지면 금융당국이 연수원 예산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약 30명으로 예정된 하반기 채용을 금지하고 ▦부산 이전에 따라 단신 부임자에게 지급되던 주거보조비를 폐지할 거라고 사측이 노조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관련 브리핑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관련 브리핑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따른 패널티는 이미 예고된 일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산하 금융공공기관 9곳에 공문을 보내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는 ▦인건비성 예산 협의ㆍ승인 시 불이익 ▦경비예산ㆍ자본예산 등 경비성 예산 불이익 ▦정원이나 조직에서의 불이익 등을 주겠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노조가 주장하는 패널티가 금융위 지시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5월 말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줄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이 직접 움직임을 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압박의 강도를 점점 높임에 따라 금융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김대업 금융노조 산업은행 지부 위원장은 12일 오전 11시 노조 사무실 앞에서 산은의 성과연봉제 도입 동의서 징구를 규탄하며 삭발식을 가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은 양쪽 모두에 냉랭한 편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률적인 임금ㆍ인사관리체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해서는 반발만 살 수밖에 없다”면서도 “노조 역시 지금과 같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면서는 고용안정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노사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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