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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등록 : 2017.09.10 17:07
수정 : 2017.09.10 17:27

[뒤끝뉴스] KBS MBC 노조원 숙연케 한 예은 아빠

등록 : 2017.09.10 17:07
수정 : 2017.09.10 17:27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돌마고' 파티에서 KBS MBC 총파업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투쟁 의지를 다지는 촛불 1,600여 개가 모였습니다.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퇴진하라”는 목소리가 늦은 밤까지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KBS본부, MBC본부의 연대 파업 사전결의대회와 8번째 ‘돌마고’ 파티가 열렸습니다. 행사는 양대 공영방송인 KBS와 MBC 노조가 연대 파업에 돌입하게 된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공정보도를 하지 못한 지난 10년을 반성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이날 노조원들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유의선 이사의 사퇴로 고무된 모습이었습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밀물처럼 나가니까 적폐 이사들이 썰물처럼 퇴각하고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도 최근의 변수를 언급하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이 가을에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직됐다가 9년 만에 YTN에 복직한 조승호 현덕수 기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김종희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기획팀장 등도 참석해 양대 공영방송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이어지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숙연하게 만든 지지자가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입니다.

유 위원장은 “저는 KBS MBS의 총파업을 적극 지지합니다”라는 첫인사로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양대 공영방송 노조원들)이 아니라 바로 국민, 예은이 아빠인 나”라며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유 위원장은 “우리가 영정을 들고 KBS를 찾아갔을 때, KBS 여러분들 가운데 누구 하나 뒤로 몰래 와서 대신 미안하다고 얘기한 사람, 단 한 명이라도 있었느냐”며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언론 때문에 내가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다”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양대 공영방송의 보도를 조목조목 짚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일 나온 사망보험금 관련 보도,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며 유가족이 영정을 들고 행진할 때 나온 정부의 배보상금 관련 보도 등 당시 공영방송의 방송 행태를 꼬집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유 위원장은 해경이 물 위로 드러난 세월호 선수를 망치로 두들기며 에어포켓 안에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했다는 보도에 대해 “유가족이 난리 치니 쇼라도 하라고 해경청장이 지시해서 한 것 아니냐”며 “여러분은 왜 그 장면을 해경이 목숨 걸고 (희생자를) 구조하는 것처럼 보도했느냐. 왜 그것을 비판하고 지적하지 않았느냐”고 울부짖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MBC본부 노조원들이 지지자의 연대 발언을 듣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연설을 듣던 노조원들의 표정은 반성과 성찰로 어두워졌습니다. 몇몇 노조원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유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독립은 꼭 언론인 스스로 따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연설을 마쳤습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예은 아빠 유경근 님께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 그러나 MBC를 아직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는지 더 치열하게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 위원장의 연설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KBS MBC 총파업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온라인상엔 “기다리겠다. 이기고 오라”(proo****), “방송 정상화를 위해 힘쓰는 분들을 응원한다”(msp5****)는 등 노조원을 향한 응원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총파업 이후 첫 주말인 9일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세모방’이 결방하면서 방송 파행을 더욱 체감한 한 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시청자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 무한도전이 멈춘 이유, MBC가 총파업에 나선 이유, 영화 ‘공범자들’을 보시면 잘 알 수 있다”고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언론노조 KBS본부, MBC본부는 장기전도 불사하며 경영진이 퇴진하는 날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전국적인 관심으로 총파업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면서 경영진이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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