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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투여 환자 숨지자 자살로 위장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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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투여 환자 숨지자 자살로 위장한 병원장

입력
2017.07.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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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빌려 통영 앞바다로

선착장에 우울증 치료약병

경찰 CCTV서 시신 유기 확인

5일 새벽 2시. 경남 통영시 용남면 인근 마을 선착장 앞으로 수상한 차량이 한 대 등장했다. 차에서 내린 한 남성은 트렁크에서 축 처져 있는 사람을 두 팔로 안아 꺼낸 뒤 바다에 던졌다. 그리고 가방에서 꺼낸 약병 두 개를 선착장에 놓아두고는 이내 차를 타고 온 길로 사라졌다.

지난 25일 경찰이 거제 시내에 있는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A(57)씨를 체포했다. 20일 전 바다에 등장했던 남성.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사체유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마약류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여 받은 뒤 사망한 환자를 바다에 몰래 버린 뒤 자살로 위장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쯤 거제시내 자신의 병원에 온 환자 B(41ㆍ여)씨에게 직접 약물을 투약한 뒤 사망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유흥주점에서 근무했던 B씨는 지난 5월부터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일주일에 2, 3번씩 A씨 병원을 방문하다 지난달부터는 평일에 거의 매일 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약을 처방 받기도 했다. 미혼인 B씨는 가족들이 있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따로 떨어져 살아 왕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간호사들이 병원 내부통신망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토대로 B씨의 프로포폴 투여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B씨는 내원 초창기인 5월 한달 간 매번 5~30㎖ 프로포폴을 투여 받았고, 의존도가 높아진 6월에는 한번에 60~100㎖를 투여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숨진 것을 확인한 뒤 자신의 명의로 인근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빌렸다. 인적이 드문 새벽까지 기다린 A씨는 약품을 운반하는 카트에 B씨 시신을 싣고 레저용 연으로 덮어 가린 뒤 지하 1층 주차장으로 가 렌터카 트렁크에 실어 통영시 앞 바다에 유기했다. B씨 숨진 당일 마침 병원에는 간호사 3명이 모두 출근하지 않았다. 선착장에 놓아둔 약병은 우울증 치료약으로 자살로 위장하려 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단순 자살로 마무리될 뻔한 A씨 범행은 경찰이 확보한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드러났다. 현장 인근에 퍼붓는 빗속에 30분 가량 머물렀던 차량이 특정된 것. B씨가 약 2개월간 A씨의 병원을 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B씨가 살던 거제의 원룸에서는 A씨가 처방한 수면장애 치료 약봉지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내ㆍ외부를 비추는 CCTV가 모두 삭제되고 진료기록부가 조작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A씨는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지만 “B씨가 숨진 당일에는 프로포폴이 아닌 영양제를 투여했다”고 진술했다. 또 시신을 유기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 유족들이 의료사고라며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까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대검찰청에 A씨가 삭제한 병원 CCTV 영상 복구를 의뢰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숨진 B씨의 부검을 의뢰했다.

통영=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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