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광원
기자

등록 : 2018.02.09 23:07

경북 청도 출신 국악인 세 모녀 “청도를 국악의 고장으로!”

등록 : 2018.02.09 23:07

경북 청도 출신 국악인 세 모녀가 한 무대에 올라 국악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세정(왼쪽), 강유정 자매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세 모녀가 똘똘 뭉쳐 국악가요 ‘청도춘향이’로 청도의 흥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강세정(33)씨는 춘향이다. 청도 출신으로 남원과는 관계도 없지만 ‘춘향’이다. ‘청도춘향이’이라는 노래에서 춘향이의 목소리를 맡았다.

언니 강유정(34)씨가 남장을 하고 도령으로 등장한다. 판소리 속의 남원 춘향이는 절색이다. 세정씨도 그에 못잖다. 중학교 때부터 “미스코리아에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언니 유정씨도 마찬가지였다. 키가 170센티미터를 훌쩍 넘는데다 외모에서 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자매의 출중한 외모는 아버지를 보면 단박에 이해가 된다. 어머니도 미인이지만 아버지가 꽃미남 1세대의 대표주자인 신성일을 빼닮았다. 세정씨는 “아버지가 청도 남자의 표본”이라고 했다.

두 자매 모두 미모, 재능 할 것 없이 미스코리아 뺨칠 정도였지만 곁눈질 할 틈이 나지 않았다. 경북대 국악과에 진학한 후 오로지 음악에만 매진했다. 세정씨는 201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가 됐고, 언니 유정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이수자에다 영동난계국악단 피리 부문 부수석까지 오른 경력이 있다.

두 자매의 음악적 뿌리는 어머니 김옥남(59)씨다. 김씨는 젊은 시절부터 풍물에 심취해 농악팀에서 상쇠를 맡았다. 여자로서는 최초였다. 경북 청도에서 행사가 있으면 으레 어머니가 앞장을 섰다. 노래에도 재능이 있어서 젊은 시절에는 ‘청도 이미자’로 통했다. 지금은 두 딸 못잖은 민요 실력을 갖추었다.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3호 서도산타령 놀량사거리 이수자다. 2004년에 만들어진 한국국악협회청도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자애로운 어머니였지만 딸들에게 국악 수업에 관한 한 해병대 교관으로 돌변했다. 대구에서 레슨이 끝나고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소형차에 딸을 태우고 팔조령을 넘으면서 “연습 게을리 하면 공동묘지에 가서 소리하게 한다!”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세정씨는 “정말 공동묘지에 데려갈 것만 같아 틈만 나면 연습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 시절의 어머니는 월매였어요. 언니하고 저를 헌 갓 쓰고 온 이도령처럼 구박했죠, 호호!”

그 덕에 지금은 서로에게 든든한 음악동료가 됐다. 달구벌국악예술단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세 모녀가 수시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민요는 물론이고 부채춤도 소화해낸다.

“어느 행사에서 사회자 분이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저를 청도 삼절이라고 소개하더군요. 고향 분들의 응원과 격려도 너무 큰 힘이 되요. ‘청도춘향이’도 우리 자매를 키워준 고향에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청도춘향이’는 세정씨가 작사 작곡을 했다. 고향 청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어 몇 년 동안 매만져 내놓은 작품이다. “청도만의 고유한 색깔과 정서를 함께 담아낸 곡”이라고 덧붙였다.

4분 남짓한 짧은 노래 한곡에 청도와 춘향, 이 도령, 그리고 사또까지 모두 등장한다. ‘청도춘향이’를 듣고 나면 춘향이와 함께 청도를 한 바퀴 둘러본 느낌이 든다. 최근 사또 역도 캐스팅을 했다. 2년 전 세정씨가 운영하는 국악 학원에 민요를 배우러 온 트로트 가수 이승수(58)다. 도포에 삿갓을 쓰고 나와 노래로 청도를 한 바퀴 유람하며 흥을 돋우고 ‘청도춘향이’를 무대로 불러올리는 역할을 한다.

“각 지역마다 이름난 민요가 있어요. 밀양아리랑이나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처럼요. 하지만 청도는 뚜렷하게 각인된 민요가 없습니다. ‘청도 춘향이’가 청도를 대표하는 국악가락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중에는 ‘청도춘향국악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 언니와 함께 국악을 가르치고 정기 공연도 하면서 청도의 예술 명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청도 하면 코미디극장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국악 인프라도 코미디 못잖게 풍부합니다. 국악하는 분들의 비율이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청도의 흥 에너지를 모으면 코미디 극장 못잖은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청도에 국악을 들으러 오는 날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세 모녀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강세정씨는 직접 작사 작곡한 국악가요 ‘청도춘향이’로 활동하고 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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