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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남북이 대립하는 동안

입력
2016.05.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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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이상 긴박하게 진행된 남북의 정치 군사적 이벤트가 마무리 됐다. 남쪽에선 북한 수뇌부 참수작전을 비롯한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됐다. 4월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나타나 현 정권의 권력 약화가 예고된 반면, 테러방지법이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한미일 3각의 외교 군사 접촉은 전에 없이 두터워졌다. 북쪽에서는 36년 만에 열린 5월 7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시대가 선언되면서 그의 친정체제 구축이 확고해졌다.

이제 남북은 손에 남겨진 계산서를 보며 따져볼 일이 많아졌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남북이 일촉즉발 위기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평가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판사판으로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자극한 것은 많은 후과를 예고한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점치기 전망과 보도 속에 밖으로 향해야 할 우리의 눈과 귀가 닫히면서 어떤 것의 골든 타임을 놓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마지막까지 무언가에 매몰돼 있다가 옆 사람에게 발을 밟혔을 때 퍼뜩 깨닫는 현실, 고개를 바깥으로 돌리자 그런 현실이 마구 달려든다.

남북이 서로에게 시선을 고정하던 사이 일본은 동북아 지형변화를 보여주는 외교 이벤트를 성공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차 일본을 방문해 히로시마를 찾는다. 71년 전 2차 세계 대전의 종식을 알린 우라늄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이곳 히로시마에 투하됐다. 일본이 전쟁의 가해자에서 원자탄의 피해자로 ‘코스프레’ 해온 탓에 역대 미국 정상들은 일부러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의 망령을 되살리는 행보를 화해 외교로 치장, 아베 일본 정권에 선물을 안겨줄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첫 행보로 중동 화해 외교를 했고, 지난 3월에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해 화해 시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이벤트도 그 연장선에 있지만 우리에겐 미일 신밀월 시대, 미중이 경쟁하는 긴장의 동북아를 상징한다. 한편으로, 한일이 12ㆍ28 위안부 문제 합의문을 발표하고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하지 않았다면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를 지켜보기 어려운 듯 박근혜 대통령은 그 시기에 맞춰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다.

남과 북이 숙명과도 같은 대치를 하는 기간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11월 대선의 본선 주자로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맞대결이 굳어졌다. 이전까지 트럼프의 조율되지 못한 발언이 가벼운 화제거리 또는 막말로 치부됐지만 이젠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화당원보다 더 오래 민주당원이었던 트럼프는 무역 외교 이민 등 현안에서 국익이 먼저인 아메리칸 퍼스트를 내세우며, 쪼들리는 미국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그가 당선되면 당장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1조원 가량을 추가 부담하는 문제로 한미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도 그 사이 좌파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전통보수는 국수주의와 실용보수에 밀려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 우파 좌파의 정치지형이 허물어지는 현실이다.

바깥 변화를 살피고 고민해야 하는 지금 우리는 정치의 계절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5일 방한을 앞두고 확인되는 것처럼 사회는 정치에, 정치권은 대권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 많은 것이 과잉 관심이고 기대일 수 있다. 3선의 여당 의원은 자기 당의 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17명 중 아는 인물이 고작 3명이라고 했다. 누구 누구의 몫으로 챙겨진 당선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정치권이나 반 총장의 움직임 보다는 트럼프의 말 한마디, 클린턴의 손짓일 것이다. 남북이 대립 이벤트 이후 받아 든 것보다 더 많은 계산서가 날아들 수 있다.

이태규 정치부장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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