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8.06.12 18:40
수정 : 2018.06.13 01:36

트럼프 “만나게 돼 영광”… 김정은 “모든 것 이겨내고 왔다”

4시간 45분 숨가빴던 일정

등록 : 2018.06.12 18:40
수정 : 2018.06.13 01:36

#단독 회담 예정보다 7분 줄어

햄버거 오찬 대신 한ㆍ중ㆍ양식 조합

트럼프 “굉장히 포괄적 성명” 만족

김정은 “세상은 중대한 변화 볼 것”

#트럼프, 전용차 내부 보여주고

어깨ㆍ등 토닥이며 친밀감 표시도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세계의 이목이 쏠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약 4시간45분 동안 숨 가쁜 한나절을 함께했다.

양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은 오전 9시4분(한국시간 10시4분) 이뤄졌다. 콜로니얼 양식의 호텔 양쪽 회랑에서 걸어온 양 정상이 중간에 마련된 기념촬영장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시각이다.두 정상이 나란히 선 뒤로는 인공기와 성조기를 각각 6개씩 번갈아 모두 12개의 기가 세워졌다. 6월 12일에 열린 회담을 12개의 기로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과 정장 차림에 붉은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는 12초 동안 이어졌다. 그 시간 동안 두 정상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통령님, 반갑습니다(Nice to meet you, Mr. President).” 김 위원장이 영어로 인사했다고 백악관 공동취재단이 타전했지만, 이후 목소리 주인공이 김 위원장인지 통역사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정정했다.

앞서 8시50분쯤 호텔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한 손엔 서류철을, 한 손엔 뿔테 안경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숙소에서 더 일찍 출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8시59분에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ㆍ도착 역전’ 상황에 대해 ‘연장자 존중 문화’설이 돌긴 했지만 정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두 정상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다.

양 정상은 담소를 나누며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앞에서 봤을 때 상석인 왼쪽 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양보했다. 단독회담에 들어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은 성공적일 것이며, 좋은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고 덕담했다. 또 “만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화답했다. 다시 한번 악수한 뒤 일어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를 푼 손으로 김 위원장에게 엄지를 짧게 들어 보였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통역만 대동해 9시16분 시작된 단독회담은 9시54분에 끝이 났다. 38분이 걸린 것으로, 백악관이 예고한 45분보다 7분 앞당겨 종료됐다. 확대회담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손은 곧잘 김 위원장의 어깨나 등으로 올라갔다.

9시56분 시작된 확대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확대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과거 문제가 됐던 여러 가지 난제를 풀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 마주한 것은 평화의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맞장구를 쳐 김 위원장에 신뢰를 표시했다. 100분 가까이 이어진 확대회담에서는 북측 대표단은 미국이 특별 제작한 영상을 아이패드를 통해 시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여줬다. 굉장히 감명 깊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11시34분에는 업무오찬이 시작됐다. 기대를 모았던 햄버거 대신 한식과 양식, 중식이 어우러진, 동ㆍ서양의 화합을 의미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추가로 배석했고, 북한 측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장 등 4명이 추가로 자리를 같이했다. 오찬은 1시간 반가량 이어졌다.

이후 합의문 서명식이 준비되는 동안 두 정상은 호텔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 정상이 호텔 앞에 세워진 트럼프 대통령의 ‘캐딜락 원’ 앞으로 다가서자 경호원이 문을 열어 김 위원장이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어 2, 3분 정도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양측은 이후 대기실로 돌아가 서명식을 기다렸다.

김여정 부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서명장에 먼저 들어서면서 임박한 서명식을 알렸다. 이때가 오후 1시39분이었다. 양 정상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나란히 입장, 1시42분 합의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기쁘다. 이 문서는 굉장히 포괄적인 문서다. 아주 좋은 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만남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이 오고 가는 동안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 곁에서 펜 뚜껑을 열어 주고 합의문을 펼치는 등 맹활약했다.

합의문을 든 양 정상은 이날 아침 첫 악수를 나눈 곳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헤어졌다. 이들이 처음 만난 지 4시간45분 되던 때였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대할 것이냐’는 물음에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며 “다시 만날 것이다. 여러 번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곧장 숙소로 다시 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카펠라 호텔에 남아 기자회견을 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에 1시간 이상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 30분쯤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오후 10시 20분쯤 숙소를 떠나 창이공항으로 이동, 싱가포르 방문 시 탑승했던 에어차이나 항공편을 이용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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