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서 대학생 무료강좌 6개월 새 200여명 수강 열기
"정부 지원 많이 받는 줄 알았는데…" "문제 어떻게 풀지 고민하는 계기"
“종군위안부라는 건 잘못된 표현입니다. ‘종군’이라는 말에 스스로 따라갔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3일 오전 10시, 토요일인데도 서울 역삼동 청년창업지원센터 강의실을 가득 채운 대학생 30여명은 이의환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 대표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전문가 수준에 이른 이 대표는 위안부 존재까지 부인하는 일본의 망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학생들은 작고한 정서운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 증언이 담긴 애니메이션 자료를 보면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스마랑 위안소에서 6년간 고초를 겪은 정 할머니의 증언 영상이 상영된 후 이 대표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할머니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문외한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이들이 있다. 자발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위안부 관련 역사 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소셜 벤처기업 드림메이커 인터내셔널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위안부 관련 무료 강좌 ‘역사학교 S.H.E’를 운영하고 있다. 강좌는 5주간 매주 1회 강의로 이뤄지는데, 지금까지 200여명이 수강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나 관련 시민단체와도 아무 인연이 없는 벤처기업이 공교육이 도외시한 역사 교육을 대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의환 대표는 “피해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정도로 최근의 일인데 젊은이들이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정확하게 알아야 일본의 망언을 비판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가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관리에만 열을 올리는 요즘, 주최측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정상일(23ㆍ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공학과2)씨는 “솔직히 할머니들이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강연을 듣는 내내 부끄러웠다”며 “이과라서 고교 1학년 이후 역사를 배운 적이 없었던 탓도 크다”고 말했다. 임예현(21ㆍ연세대 사회복지학과2)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어 막연하게 분노만 가졌었다”면서 “(이 강의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드림메이커는 이 강좌를 수료한 대학생들을 일선 중ㆍ고교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사로 파견할 계획이다. 강좌가 그렇듯 강사 파견도 무료다. 이 대표는 전문강사가 아닌데도 강연이 잘 되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전달하는 데는 중고교생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대학생들의 말이 더 잘 통할 수 있다”며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위안부의 아픔을 공감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학입시와 무관한 민간업체의 강연에 학교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 대표는 “예산을 쓰기 위해 억지로 편성하는 행사도 많은데 일주일에 단 한 시간조차 내주지 않는 학교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학생들을 위한 역사 교육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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