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ㆍ기시다 뉴욕서 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준비 주력"
다른 의제에선 별 진전 없어
日, 양국 정상회담 거듭 희망에도 "성과 없이 끝날라" 정부 한발 빼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담을 가졌으나 한일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양국 간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10월 말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일본인 간첩사건으로 중일관계까지 다시 꼬이는 등 동북아 역내 갈등이 심각해질 경우 한일관계 개선도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韓中日 정상회담 개최 원칙만 재확인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현지에서 오전 10시부터 50분 동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 올 들어 4번째 한일 외교장관회담이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추진 중인 한일중 3국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3국 협력 체제를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앞으로 준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방위안보 법안 통과와 관련, 윤 장관은 ‘한국을 포함한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을 다시 한 번 강조했고 기시다 외상은 ‘투명성 유지와 한일 및 한미일 긴밀 협의’의 뜻을 밝혔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의제에선 진전이 없었다. 윤 장관은 회담 후 “오늘은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준비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도 1일 “유엔 총회라는 다자회의 계기에 짧게 만났기 때문에 무슨 합의를 하는 형식의 회담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위안부 진전 없어 韓日 정상회담도 난항
핵심 현안인 위안부 해법을 두고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다른 일정도 엉키는 구도다. 윤 장관은 회담 뒤 “(위안부)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지 설명하고 조속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이것이 양국관계 개선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많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진행된 9차 국장급 협의에 이어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도 위안부 해법 쟁점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는 얘기다. 여기에 윤 장관이 지난 7월 한일 외교전 끝에 일본 정부가 약속한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의 성실한 이행까지 촉구했다고 밝힌 것도 양국 간 앙금을 더하는 의제다.
이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도 당분간 재개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가 정상회담 개최를 지속적으로 희망해왔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후 한 차례도 한일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데 대해 우리 정부도 부담을 느끼던 차다. 한미일 안보협력 구조 강화를 통한 대북 견제도 필요성도 존재했다.
그러나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데 정상회담을 덜컥 열었다가 성과 없는 회담으로 끝나고 여론의 반발만 사는 게 걱정이다. 결국 기시다 외상이 이날 한일 정상회담 재개를 다시 한 번 희망했음에도 윤 장관은 일단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주력하겠다며 한 발 뺐다. 그는 “우선 한중일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집중하고 한일 정상회담은 국장급 실무 차원에서 더 논의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변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한중일 정상회담의 경우 중일이 10월 31일과 11월 1일 개최를 놓고 양보를 하지 않아 회담 날짜조차 확정 못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위안부 문제에서 급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경우 한일 정상회담 재개는 2016년 이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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