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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40년 싸움 상지대의 새로운 출발

입력
2017.08.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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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상지대의 구본관 앞에는 31일 아침까지도 천막 3개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하나는 교수용, 다른 하나는 학생용, 나머지 하나는 직원용. 천막은 교수, 학생, 직원들이 김문기 전 이사장 체제에서 교내 비리와 맞서 싸우던 공간이다. 천막은 칼로 난도질을 당하는 등 적지 않은 수난을 겪었다. 학교 측이 몰래 훼손할까 교수들이 밤새 지키기도 했다. 바로 이 천막이 이날 철거됐다. 과거처럼 농성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농성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측은 따로 철거 행사까지 거행했다.

▦ 상지대는 오래 전부터 비리 사학의 대명사로 지목돼 왔다. 부정 입학과 교수 임용 시 금품수수 등 숱한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이 반발하자 학교 측이 ‘가자 북의 낙원으로’ ‘김일성 수령님과 협조해서 통일 이룩하자’는 유인물을 뿌려 용공 혐의를 씌우려다 들통나기도 했다. 결국 김문기 이사장은 1993년 당시 여당 3선 의원 신분임에도 공금횡령과 부정입학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실형을 살았다. 그는 교비 횡령 등으로 복역 중인 이홍하 전 서남대 이사장과 함께 양대 비리 사학인으로 꼽힌다.

▦ 김 전 이사장이 물러난 뒤 정상화의 길을 걷던 상지대는 2010년 사학분쟁조정위의 결정으로 그의 측근들이 학교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다시 갈등에 휩싸인다. 마침내 2014년 그가 학교를 떠난 지 21년 만에 총장으로 돌아오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학교 측은 반발하는 교수를 파면하고 직원을 해고하는 등 보복을 가했다. 그때 누구보다 고생한 사람이 정대화 교수다. 학교로부터 40건 이상의 고소ㆍ고발을 당했고 파면까지 됐다. 그의 연구실은 인터넷, 전화, 전기가 끊어졌고 새벽녘 직원들의 습격까지 받았다.

▦ 그 정대화 교수가 얼마 전 상지대 총장 직무대행이 됐다. 그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빠르게 새 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직무대행이 된 것은 최근 교육부의 임시이사 선임 등으로 구체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으로 있던 1972년, 지역 독지가 원홍묵씨가 설립한 상지대에 임시이사로 내려왔다가 2년 뒤 인수하면서 이 대학과 인연을 맺었으니 43년 전이다. 그래서 정 대행이 얼마 전 쓴 책의 제목도 ‘상지대 민주화 투쟁 40년’이다. 상지대의 새 출발을 기대해 본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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