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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등록 : 2017.11.14 14:11
수정 : 2017.11.14 18:50

[박영준 칼럼]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균형외교’의 만남

등록 : 2017.11.14 14:11
수정 : 2017.11.14 18:50

‘대중 봉쇄’에 중점 두려는 日과 달리

미국은 ‘대중 공진화론’에 기울고 있어

편입 미리 배제하는 어리석음 없어야

지난주의 한미정상회담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외교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 지역 국가 방문을 통해 일관되게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 건설’을 연설에 포함시키거나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서가 공표되지 않아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적 설명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전후 문맥으로 보아 인도양과 태평양 지역의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의 국가들과 경제ㆍ안보적으로 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지역에서 평화나 법의 지배 같은 규범을 확산하려는 전략이라고 이해된다.

이 개념은 이미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2016년 8월 일본의 아베 총리가 케냐 나이로비에서 일본 주도로 개최된 아프리카 개발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유래한다. 당시 아베 총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양 대륙을 연결하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해역을 평화롭고 규범이 지배하는 바다로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같은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일본측이 미국 조야에 설명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이 구상이 미일 정상 간의 공동선언은 물론 APEC 총회 연설 등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지역 전략으로 대두한 것이다.

다만 필자가 보기에는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대해 미국과 일본 사이에는 중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듯하다. 아베 정부는 2013년에 공표한 국가안보전략서에서도 명시했듯, 태평양과 인도양 방면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해양 진출을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견제하거나 봉쇄하려는 의도를 이 전략에 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중국 견제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부상이 고대 그리이스 시대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관찰한 바와 같이 기존 강대국과의 충돌 위험성을 노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 일본 등과 더불어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는 태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과의 다양한 대화와 협력 채널을 통해 그 점증하는 영향력을 국제안보나 경제문제 해결에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간 공진화론(co-evolution)을 주장하는 헨리 키신저나 사회문화적 교류와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조지프 나이가 그러하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드러났듯,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은 오히려 키신저의 공진화론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일본의 의도처럼 중국 봉쇄 전략으로 추진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는 ‘균형외교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한미동맹 관계를 중시하면서 중국 등과의 관계도 다양하게 발전시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구상이다.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발표한 신남방 정책이나, 지난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표명한 신북방정책이 그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는 그런 점에서 ‘균형외교 전략’이 ‘중용외교 전략’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표방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우리 정부의 ‘균형외교 전략’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부합할 수 있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트럼프 행정부도 미중 관계의 대립을 회피하면서 경제나 안보 측면에서 가능한 한 협력을 추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할 일은 ‘균형외교’, 혹은 ‘중용외교’ 전략을 트럼프 행정부에 설명하면서 정책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동맹 차원에서 협력의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순리일 듯하다. ‘인도ㆍ태평양 전략’이 중국 봉쇄의 의도가 있으므로 그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미리 단언하는 것은, 미국의 대중 정책을 잘못 읽는 것이고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확대해야 할 한미동맹의 가능성도 막아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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