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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 리더] MS가 붙잡은 남자, 그의 성공주문은 ‘넥스트 플레이!’

입력
2017.05.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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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와이너 링크드인 CEO. 링크드인 공식 블로그.
제프 와이너 링크드인 CEO. 링크드인 공식 블로그.

지난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깜짝 놀랄 발표를 했다. 구인ㆍ구직, 인맥관리 소셜네트워크 기업인 링크드인(LinkedIn)을 무려 262억달러(약 30조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MS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ㆍ합병(M&A)이었고 실리콘밸리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였다. 발표 직후 사티야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한 사람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신이 M&A팀을 이끌어 달라”는 것이었다. 수신자는 피인수기업인 링크드인의 CEO 제프 와이너(47). 통상 합병 작업은 인수 회사가 총괄하는데, 피인수 기업의 CEO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다. 여기엔 “합병 이후에도 링크드인을 계속 맡아달라”는 부탁도 덧붙었다.

직원들이 뽑은 최고의 CEO

와이너는 그만한 위상의 경영자다. 2008년 12월 임시(2009년 6월 정식) 회장으로 링크드인에 입성한 그는 3,000만여명에 머물던 가입자수를 불과 1년여만에 1억명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능력을 발휘했다. 2009년 1억2,0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매출도 2015년 무려 25배(29억9,100만달러)로 키웠다. 2011년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 회사를 상장시킬 당시, 공모가는 주당 45달러였지만 상장 첫날 109.4%나 폭등한 94.2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4년 구글 상장(주당 85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터넷기업 기업공개(IPO) 사례다. MS와의 M&A 발표 당시 가입자 수는 4억3,000만명으로 늘어난 상태였고 지난달 5억명까지 돌파했다. 직원 1만여명의 올해 평균 연봉은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로 인수기업인 MS 직원 평균 연봉(14만4,000달러)보다 높다.

와이너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4년 미국 취업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임직원 1,0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CEO 리더십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 '최고의 CEO'에 올랐고 이후에도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합병 작업이 끝난 뒤에도 링크드인에게 와이너의 경영 능력,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가입자 수가 5억명을 돌파한 링크드인이 홈페이지에 기념 사진을 올렸다. 링크드인 홈페이지
가입자 수가 5억명을 돌파한 링크드인이 홈페이지에 기념 사진을 올렸다. 링크드인 홈페이지

‘프로젝트 여행자’… 롤러코스터 인생

197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와이너는 ‘프로젝트 여행자’로 통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면 곧바로 다른 프로젝트를 파고든다. 국내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더 유명하지만 미국에서는 와이너도 저커버그 못지 않는 거물급으로 통한다. 특히 거쳤던 회사에서 번번이 최고 자리 직전에서 좌절했던 그의 경력은 저커버그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미국 기업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런 와이너의 이력을 ‘롤러코스터’에 빗댔다.

와이너는 1994년 영화사인 워너브러더스에 입사한다. 미국 8개 명문대를 뜻하는 아이비리그의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와튼스쿨을 졸업한 지 2년째 되던 해였다. 그는 곧바로 워너브러더스가 온라인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통해 온라인 활동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워너브러더스의 온라인사이트인 엔터테인덤이 그의 작품이다. 1999년 말 워너브러더스는 엔터테인덤을 상장할 계획을 세웠고 와이너에겐 수백억원대 스톡옵션을 책정했다. 상장될 엔터테인덤의 업무최고책임자(COO)도 그의 자리로 예약됐다. 하지만 2000년 모회사인 타임워너가 통신사 AOL과 합병하면서 상장은 무산됐고 그는 워너브러더스를 떠났다.

이후 와이너는 전 워너브러더스 CEO 테리 세멜의 부름을 받았다. 세멜은 투자 회사인 윈저 미디어에서 온라인 기업 인수에 나섰고, 적격인 와이너를 영입했다. 와이너의 무대는 곧바로 인터넷 공룡 야후로 이어졌다. 세멜이 2001년 야후 CEO로 영입되면서 와이너도 임원으로 합류했다. 그는 야후에서 메일ㆍ검색ㆍ미디어ㆍ콘텐츠 담당 비즈니스는 물론 전략기획ㆍM&A 담당 부사장 등 핵심 임원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야후 안팎에선 “세멜 이후 차기 야후 CEO는 와이너가 될 것”이란 전망이 공공연했다. 그러나 무섭게 치고 올라온 구글에 밀리고 MS의 야후 인수 협상이 결렬되는 등 야후가 표류하자 그는 또다시 전격 퇴사했다.

워너브러더스와 야후를 거친 와이너는 이미 거물이 돼 있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엑셀파트너스와 그레이록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탈 기업이었다. 두 회사에서 그는 투자 등 분야의 상임고문을 맡았다.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그가 IT 기업에 돌아오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레이록의 투자를 받은 링크드인이 어려움에 빠졌고 와이너가 ‘구원투수’로 호출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링크드인의 도전과 성공 이끌다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비해 생소한 링크드인은 세계 무대에서 기업과 직장인에게는 유명한 SNS다. 단순히 신변잡기를 늘어놓거나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일반 SNS와 달리 링크드인은 구인ㆍ구직은 물론 기업인의 바이어 발굴, 신규시장 개척, 비즈니스 파트너 물색 등에 없어서는 안 될 방문처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명함을 교환하듯 해외에서는 링크드인 문화가 생겼다. 링크드인은 출납원, 청소부, 트럭 운전사 등 미숙련 일자리부터 수십만달러 연봉을 받는 CEO 자리까지 모든 일자리를 커버하고 있다.

링크드인은 페이스북보다 1년 빠른 2002년 전 페이팔 최고경영자인 리드 호프먼의 “많은 직장인들을 모아 온라인에서 연결하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범했다. 처음엔 호프먼이 끌어들인 지인 350명으로 시작했던 링크드인은 2008년 가입자수가 2,000만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경영자보다 투자자에 더 적합했던 호프먼은 너무 많은 일을 벌리다 손실을 봤고 결국 새로운 경영진을 꾸려야 했다.

와이너는 ‘능력과 기회를 거대 규모로 연결한다’는 창업정신만 유지한 채 ‘선택과 집중’으로 링크드인을 탈바꿈시켰다. 사이트가 자주 버벅거린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부터 고쳐나갔고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수집해 제공했다. 일자리, 기업 등의 데이터 분석 자료를 주로 기업인 유료 가입자에게 판매하면서 수익을 늘렸다. 수익이 정상 궤도에 오르자 다시 일자리를 찾는 무료 회원을 모으는 데 집중하기 위해, 기업 트렌드, 스타트업 기업 등의 소식을 담은 뉴스를 프론트 페이지에 내걸었다. 해외 시장도 개척해 링크드인 서비스를 200개국으로 확대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IPO는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아멘’과 같은 와이너의 주문 ‘넥스트 플레이’

와이너는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한다. 이런 결정을 한 이유와 목적, 예상되는 결과 등을 담은 서한을 보내 자신의 경영 방침을 공유한다. 그의 서한은 항상 ‘넥스트 플레이(Next Play)’로 끝을 맺는다. 성공적인 IPO를 이끌었을 때도, 온라인 교육사이트 린다닷컴(Lynda.com)을 15억달러에 인수했을 때도, MS에 링크드인을 매각했을 때도, 그는 늘 이 단어로 서한을 마쳤다. 마치 신에게 기도한 뒤 ‘아멘(amen)’으로 끝 맺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IPO 후 직원들이 단체복 뒷면에 이 두 단어를 새겨 입고 다닐 정도로 이제는 링크드인을 상징하는 어구가 됐다.

와이너는 이 두 단어를 대학 농구 감독의 외침에서 차용했다고 밝혔다. 감독은 공을 잡든, 슛을 성공했든 실패했든 선수들에게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와이너는 이 어구를 ‘다가올 도전(next challenge)’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의미로 변주했다. 그는 지난해 6월 MS와의 합병이 발표된 뒤 직원들에게 서한을 통해 이런 말을 전했다. “과거를 곱씹지 마세요. 익혔던 과거의 지식이나 특별한 성공을 자축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지 마세요.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임무에 집중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여행자로 불리는 그가 밟아온 길이, 링크드인이 성장해온 과정이 이 두 단어에 오롯이 담겨있다. MS와의 합병이 마무리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와이너의 넥스트 플레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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