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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2001년부터 AI에 33조원 투자… 우린 ‘걸음마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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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2001년부터 AI에 33조원 투자… 우린 ‘걸음마 단계’

입력
2016.03.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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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공지능이 미래 기술” 판단

2014년 딥마인드 품에 안아

페북ㆍIBM 등도 대규모 투자 진행

네이버ㆍSKTㆍ엔씨소프트 등

내부에 인공지능 조직 별도로 둬

우린 실생활 적용할 경험ㆍ노하우 부족

적극적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 시급

2014년 1월 구글이 영국의 한 벤처 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당시 설립된 지 4년 밖에 안 된 직원 50명짜리 이 회사는 단 한 페이지 짜리 홈페이지에 ‘최첨단 인공지능 회사’라고 자신을 밝혔다. 그럼에도 구글은 무려 3억~4억파운드(약 5,000억원~7,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 이 회사를 품에 안았다. 이 기업이 바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인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다.

구글은 인공지능(AI)이 미래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2001년부터 AI에 무려 280억 달러(약 33조4,000억원)를 투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대 초는 과학계에서도 AI가 비인기 분야였을 때다. 구글뿐 아니라 IBM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도 이미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대국으로 AI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AI 기술 수준과 투자 현황 등은 이런 세계적인 기업들과 비교할 때 크게 못 미치고 있어 대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업체와 SK텔레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 등이 인공지능 관련 별도의 조직을 두고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을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일일이 지시를 받지 않더라도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하는 기술이다. 네이버의 경우 2013년부터 ‘네이버랩스’라는 연구개발 조직에서 머신러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를 정보 검색 지식인, 음성 검색, 쇼핑, 모바일 메신저 라인 등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그 사진을 분류해주는 데도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또 네이버 클라우드에 사진을 저장하면 이 인공지능이 배경이나 상황이 비슷한 사진을 한 데 묶어 저장하기도 한다.

SK텔레콤도 자체 개발 음성 인식 기술을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 셋톱박스와 114 콜센터 상담 녹취 등에 활용하고 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도 게임 내 필요한 AI 기술을 개발하는 별도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경종 엔씨소프트 AI 연구팀장은 “국내 성공 사례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기술 수준 자체만 본다면 해외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AI 기술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경험과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75.0에 그쳤다. 일본은 89.3으로 우리보다 훨씬 앞섰다. 격차 기간을 따지면 한국은 미국보다 2년, 일본보다는 1.1년 뒤처졌고 중국(71.9)에 비해서는 고작 0.3년 앞섰을 뿐이다. 국내 ICT업체의 한 AI 전문가는 “인공지능의 기술적 수준은 세계적으로 거의 비슷하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관련 알고리즘을 외부에도 공개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해당 기술을 가지고 어떤 문제를 풀고 어떻게 서비스를 만들어 내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사용자 확보 및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데이터’를 계속 확보하고 이를 다시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상호 카카오 추천팀장은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1970년대 음성인식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인 음성이해연구를 진행했다”며 “이미 40여년 전 미래를 내다 보고 투자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상용화한 애플의 ‘시리’나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 이용자 음성 명령을 인식해서 수행하는 서비스도 당시의 정부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정부가 앞장선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서야 AI에 주목하고 있다. 2013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벤처기업 솔트룩스가 함께 지식 학습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지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현재 엑소브레인의 수준은 IBM의 AI 슈퍼컴퓨터 왓슨과 최소 5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는 30년 이상 오래 투자해야 결과가 나온다”며 “알파고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확 몰렸지만 앞으로도 이 관심이 유지될 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한 AI 전문가는 “국내 AI 인력은 질적인 면에선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지만 석ㆍ박사 전공자가 매우 적은 게 문제”라며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도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세돌 9단이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3국에서 장고 끝에 돌을 내려놓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이세돌 9단이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3국에서 장고 끝에 돌을 내려놓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 연합뉴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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