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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티나 이사(12월 20일)

입력
2017.12.20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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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마리아 이사 부부가 '명예 살인'한 딸 티나 이사. 1991년 오늘 그들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자인-마리아 이사 부부가 '명예 살인'한 딸 티나 이사. 1991년 오늘 그들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미국 미주리 주 동부 지방법원(판사 Charles Shaw)이 1991년 12월 20일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인 자인 이사(Zein Isa, 1930~1997)와 브라질 태생의 마리아 이사(Maria Isa, 1943~)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들의 16세 딸 팔레스티나 이사(Palestina “Tina” Isa)를, 이른바 ‘명예살인(Honor Killing)’한 혐의였다. 티나 이사가 저버린 명예란, 부모의 허락 없이 마을 패스트푸드 가게 야간 점원으로 일한 것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자친구를 사귄 거였다. 부모가 싫어하는 댄스음악과 랩 R&B 록음악을 즐겨 들었고, 가족의 종교인 무슬림을 저버리고 가톨릭교회를 다녔다는 것도 있었다.

부모를 따라 브라질, 푸에르토리코, 요르단 서안 등지에서 살다rk 세인트루이스로 이사한 막내 딸 티나는 가족 중 미국의 문화적 세례를 가장 많이 받은 여성이었다. 그는 고교에서 우등생이었고, 물론 부모는 반대했지만 교내 축구부원으로도 활약했다. 고2땐 졸업 전 무도회(Junior Prom)에 갔다가 부모에게 붙들려 온 적도 있었으니, 그는 이사 부부에겐 내도록 ‘문제아’였을 것이다.

아버지 이사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서 74년 분리된 과격단체 아부니달기구(ANO)조직원으로 워싱턴DC의 이스라엘 대사관 폭파 모의 혐의를 받던 테러 용의자였다. FBI는 그의 집을 도청했다. 1989년 11월 6일, 그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딸을 식칼로 무자비하게 살해했고, 어머니인 마리아는 발버둥치는 딸의 몸을 눌러 범행을 도왔다. 그 상황이 7분 분량으로 테이프에 녹음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사는 딸이 먼저 식칼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다고, 자신의 범행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FBI 녹음파일을 들은 배심원단 전원은 부부의 유죄를 평결했다. 법원은 그들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 약물사형을 선고했다.

티나는 언니들과도 사이가 나빴다고 한다. 언니 중 한 명은 판결 직후 법정에서 “내 아버지가 무슬림이어서 사형을 당하게 됐다. 그는 그 죽음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고함쳤다고 한다. 자인 이사는 수감 중 97년 2월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고, 마리아는 항소심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 받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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