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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항공사의 ‘봉’으로 전락한 면세점

입력
2017.08.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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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경제신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공항면세점 사업자들로부터 거둔 임대료 내역이 보도됐다. 사업자별 임대료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총 12개(DF1~12)의 공항면세점을 운영하는 7개 사업자들이 지난해 공사에 낸 임대료는 무려 8656억원이었다. 이는 공사의 지난해 매출(2조1860억원) 대비 39.6%, 영업이익(1조3013억원) 대비로는 66.5%로 치솟는다.

인천공항공사의 수익은 크게 항공기 운항 및 출발여객 부문의 항공수익과, 상업시설 및 부동산 임대 등에서 나오는 비항공수익으로 나뉜다. 2016년도의 항공수익(매출)은 7685억원, 비항공수익은 1조4174억으로 비항공수익이 항공수익의 2배 규모다. 특히 비항공수익 중에서는 면세점, 식음료, 환전소 등 상업시설 임대료로 거둔 상업수익이 1조2177억원에 달하고 이중 7개 면세사업자들이 낸 임대료 비중이 무려 71.1%를 차지한다. 이 정도면 인천공항은 면세사업자들의 임대료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공학계에서도 면세점 수익에 편중된 비항공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임대료는 공항면세점 입찰시 사업자가 써낸 금액이긴 하다.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면세사업자들이 인천공항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내외국 관광객, 즉 면세점 이용자들에 의한 브랜드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진출의 교두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드로 인한 한ㆍ중 갈등으로 지난 3월부터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국은행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입국자수는 98만명으로 전년 동기 149만명에서 34.5% 줄었고, 특히 중국인 입국자수는 71만명에서 25만명으로 50만명 가까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면세점들은 3월 이후 30~40% 정도 수익이 줄어들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공항면세점들은 공사 측의 임대료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자인 한화갤러리아는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국가계약법을 이유로 거부당하자 아예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월 매출이 매장 임대료인 20억원에도 못미치기 때문이다.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80~90% 급감한데 따른 것이다. 2015년에는 신세계가 지속되는 적자를 감당못해 김해공항 면세점을 철수했다. 이런 상황은 현재의 인천공항 면세사업자들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사업자들이 낸 임대료의 매출 대비 비중은 적게는 26%, 많게는 40% 정도다. 삼익면세점은 지난해 매출(530억)의 39.6%인 210억원을 임대료로 냈다. 올해는 사드로 인한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이 비중이 50%를 넘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런 수익구조로는 아무리 국제공항의 브랜드 효과를 감안해도 버텨낼 사업자가 없다.

더구나 면세점에 대한 특허수수료 20배 인상, 의무휴업, 감점제 적용 등 초강력 규제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항공사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 면세사업자들의 임대료 인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면세점 실적 악화는 그나마 취약한 우리나라 관광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국가 경제에도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여행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지금 공항공사와 정부, 국회의 발상 및 태도 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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