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를 눈 앞에 둔 한진해운은 한국 해운업 역사를 이끌어 온 국내 1위 선사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77년 5월 설립한 한진해운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출범했다. 현대상선보다 1년 늦게 해운업에 뛰어들었지만 88년 국내 1호 선사인 대한선주 인수로 유럽 항로를 넘겨받으면서 국내 1위 선사로 부상했다. 92년에는 국적 선사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라는 기염을 토했다. 95년 거양해운, 97년 독일 DSR-세나토 등 굴지의 선사들을 인수ㆍ합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해운업이 호황을 맞은 2005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50대 우량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과시하며 세계 7위 선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시작된 전 세계적인 불황의 파고는 한진해운도 피할 수 없었다. 2002년 조 창업주가 타계한 뒤 지휘봉을 잡은 3남 조수호 회장마저 2006년 지병으로 작고하자 경영 경험이 전무한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됐다. 한진해운은 2007년까지 이어진 해운업 호황기 시절 낙관적 전망만 믿고 10년 이상 장기 용선료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로 해운 운임은 추락했다. 그럼에도 한진해운은 호황기 체결한 용선료 계약에 따라 시세보다 5배나 비싼 용선료를 매년 수천억원씩 부담해야 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2013년 2,423억원 영업손실 등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침몰 위기에 처했다. 보다 못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4년 4월 한진해운을 맡으며 “흑자를 낼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등 한진그룹 차원에서 1조2,000억원대 지원을 통해 한진해운 살리기에 애썼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는 지난해 기준 5조6,000억원에 달할 만큼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백기를 든 조 회장은 지난 4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다.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은 이제 법정관리라는 파국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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