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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일 ‘찰떡’은 없다

입력
2017.01.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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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미동맹은 찰떡 공조다.” 최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백악관의 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이 이렇게 말했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뭐라 해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할 것이라고 호기롭게 밝혔다. “외교공관 앞에 어떤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 입장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어떤 조형물’이라고 부르면서 일본 입장을 거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거의 ‘실패한’ 정권으로 판명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관료들은 조만간 물러날 마당에 왜 이렇게까지 대못을 쳐두려 하는가.

시시비비는 차치하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들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수하려 한 것은 미국을 정점으로 한 한미일 3각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그렇게 싫어하는 사드 배치를 밀어붙임으로써 한미동맹을 다져두고, 국내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든 안착시켜 한일관계를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사람들은 한미일 3각 공조를 매개하는 핵심고리인 사드와 위안부를 지켜내어 미국 주도의 3각 관계를 강화하는 것만이 한국의 살길이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한미일 3각 관계가 오랫동안 한국 안보에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 관계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1990년대 초 세계적 냉전이 종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는 ‘지역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되살아났다. 여기서 ‘안정’이란 미국의 안정적 패권 유지와 사실상 동어반복이다. 그러더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대두하면서 이 3각 관계는 북한이라는 ‘괴물’을 빌미로 중국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프레임으로 둔갑해갔다. ‘아시아 회귀’로 대변된 오바마 정권의 지역 군사화 전략에 한일 양국의 보수정권이 합세함으로써 이 프레임은 점점 가시화했다. 2015년 일본의 안보법제 개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 여기에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등이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이 와중에 한미일 보수세력은 이 3각 관계를 마치 냉전시절 반공주의처럼 이데올로기화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한미일 3각 공조의 한계는 금세 드러난다. 미국이 한미일을 군사적으로 묶으려는 이유가 미국에 ‘맞서는’ 중국과 ‘겁 없는’ 북한을 억지하는 데 있다는데, 이에 대한 3국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 한국은 한미동맹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봉쇄하는 군사 블록에 대놓고 가담해서는 낭패를 보게 된다. 핵 장난을 멈추지 않는 북한을 혼내줘야겠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3각 관계의 자력(磁力)에 휘말려 전쟁을 불사할 수는 없다. 군사화한 한미일 3각 공조는 북한과 중국을 ‘공통의 적’으로 삼을 수는 없는 한국에겐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옷인 것이다.

더욱이 이 3각 관계의 앞날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동맹관계를 희생해서라도 미국을 우선하겠다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데다, 북한 때리기에만 몰두하며 평화를 방치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렸다. 여기에 들불처럼 일어선 한국의 촛불 민심은 부패한 보수에 대한 질타와 더불어 구시대적 냉전적 안보관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했다. 일본의 보수정권이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국제관례 운운하며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도 한국의 3각 관계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 혹은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분명 ‘한미일’이라는 프레임은 익숙하고 편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적 가치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 특히 한국이 군사화한 한미일 3각 공조의 틀에 하위파트너로 들어가게 되면 북핵 문제 해결은커녕 분열과 안보불안의 질곡은 가중될 수 있다. 옷이 맞지 않으면 수선하거나 새 옷을 장만해야 하듯이 한미일 3각 공조라는 ‘신화’도 합리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3각 공조는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다.

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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