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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기독교 수호자’ 자처한 헝가리 총리에게 우회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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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기독교 수호자’ 자처한 헝가리 총리에게 우회 경고

입력
2018.04.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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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트위터.
교황 트위터.

극단적인 반이슬람ㆍ반난민 정책을 내세워 지난 8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자신감에 넘친 나머지 ‘서구 기독교의 수호자’를 자처하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우회 경고를 들었다.

10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9일 내놓은 ‘교황권고’에서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병들고 버려진 사람들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권고’는 교황이 특정한 활동을 재촉하면서 어떤 공동체에 제시하는 격식 있는 가르침이다. 교황청도 이에 맞춰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무하마드 자와드 하이다리가 유럽 사회에 대해 무슬림 난민을 포용하고 따뜻하게 맞으라고 가르치는 교황의 가르침에 감사의 뜻을 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두 신문은 교황의 이날 가르침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오르반 총리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르반 총리가 ‘무슬림 난민이 헝가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선동하는, 한편 스스로를 ‘유럽의 기독교 전통을 지키는 수호자’로 자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오르반 총리의 허세가 유럽 기독교 사회의 실제 지도자인 교황에 의해 부인됐다고 덧붙였다.

오르반 총리는 교황의 권위에는 차마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은 듯 교황권고가 전해진 뒤에도 침묵을 지켰다. 대신 비난의 화살을 헝가리 태생의 미국 갑부로 자신의 극우 민족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에 자금을 지원해온 조지 소로스에게 돌렸다. 오르반 총리는 “조지 소로스는 이민자를 동정하고 다원주의를 조장하는 등 기독교 문화의 파괴자”라고 공격했다.

오르반 총리는 부다페스트 의회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도 ‘스톱 소로스’법안의 입법을 추진하는 등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책을 거침없이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소로스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난민을 돕는 시민사회를 압박하는 게 목적인데, 시민단체를 설립하려면 국가 보안기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오르반 총리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 탄압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정부 비판적인 일간지 머저르 넴제트가 11일자로 폐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선거 직후 미디어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머저르 넴제트의 부편집장도 “재정 문제로 폐간하는 것이 아니다”며 “오르반 정부가 모든 비판적인 목소리와 야당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국영 광고비를 철회하고 주정부 기관과의 계약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지난 3년 간 우리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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