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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작품상... 올해 오스카는 '흑백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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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작품상... 올해 오스카는 '흑백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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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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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라이트’가 올해 아카데미상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영화 ‘문라이트’가 올해 아카데미상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백인스태프와 백인배우들에게 상을 몰아줘 ‘백인잔치’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아카데미상)이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흑인감독이 연출하고 흑인배우들이 주연한 영화 ‘문라이트’에 최고상인 작품상을 안겼다. 남녀조연상은 흑인들이 독차지했다. 모처럼 ‘흑백 조화’를 이룬 훈훈한 시상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항의와 풍자도 쏟아져 역시 할리우드라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문라이트’의 메허샬라 엘리(오른쪽).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문라이트’의 메허샬라 엘리(오른쪽).
영화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오른쪽)은 아카데미상에 3차례 후보에 올라 올해 처음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영화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오른쪽)은 아카데미상에 3차례 후보에 올라 올해 처음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주요 부문 흑백 반반씩 나눠줘

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작심한 듯 주요 부문 수상자를 흑백으로 나눠 사이 좋게 시상했다.

남녀주연상은 백인배우가, 조연상은 흑인배우가 각각 차지하며 인종차별 논란을 불식시켰다. 시상식 초반 남우조연상을 받은 흑인배우 메허샬라 엘리(‘문라이트’)는 무슬림 최초로 아카데미상 배우상을 수상했다. 어머니가 목사인 엘리는 기독교 신자였다가 이슬람교로 개종해 성을 이슬람식으로 바꿨다. 메허샬라는 성서에 나오는 예언자에게서 따왔다. 이름 안에 두 종교를 품은 배우의 남우조연상 수상은 의미심장했다.

여우조연상은 비올라 데이비스(‘펜스’)에게 돌아갔다. 데이비스는 ‘다우트’(2009)와 ‘헬프’(2012)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이번에 첫 영예를 안았다. 여우조연상은 후보 5명 중 3명이 흑인배우여서 일찌감치 흑인배우 수상이 점쳐졌다.

남우주연상은 성추문 논란을 딛고 일어선 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이, 여우주연상은 엠마 스톤(‘라라랜드’)이 받았다. 남녀주연상 후보에는 흑인배우 덴젤 워싱턴(‘펜스’)과 루스 네가(‘러빙’)가 각각 후보로 지명됐으나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도 있었다.

케이시 애플렉은 성추문 논란을 딛고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케이시 애플렉은 성추문 논란을 딛고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은 이변 없이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에게 돌아갔다.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은 이변 없이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에게 돌아갔다.

‘라라랜드’ 6관왕, ‘문라이트’ 3관왕

흑백의 적절한 배치는 영화상의 노른자위인 작품상과 감독상 시상에서도 나타났다. 작품상은 ‘문라이트’가 차지했고, 감독상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에게 돌아갔다. 흑인감독 배리 젱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동성애 소재 이야기를 흑인사회를 배경으로 전개해 열세가 예상됐으나 최고상을 안았다. 흑인감독의 작품상 수상은 2014년 ‘노예 12년’(감독 스티브 매퀸)에 이어 두 번째다. ‘문라이트’는 각색상도 받아 3관왕에 올랐다. 13개 부문에 14개 후보를 배출했던 ‘라라랜드’는 셔젤 감독의 역대 최연소(32세) 감독상 수상, 올해 최다 부문 수상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의 사랑과 꿈을 그린 ‘라라랜드’는 할리우드 고전영화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당초 강세가 예상됐다.

뜻하지 않게 극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작품상 수상자가 ‘라라랜드’에서 ‘문라이트’로 번복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시상자인 원로배우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주최측의 실수로 여우주연상 수상자 봉투를 받았고 이를 그대로 읽으며 촌극이 벌어졌다. ‘라라랜드’의 제작진은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돌아가며 말했고, 뒤늦게 사회자 지미 키멜과 비티가 ‘문라이트’라고 적힌 봉투를 꺼내 보이며 실수를 인정했다. 키멜은 “내가 웃기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225개국 시청자들이 아카데미상 역사상 가장 황당한 실수를 지켜봤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제89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포스터.
제89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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