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아름 기자

등록 : 2017.09.14 04:40
수정 : 2017.09.14 15:55

원장ㆍ학부모 눈치…사립유치원 교사들 “누굴 위한 휴업인가”

"원장 눈치에 집회 참가, 학부모 항의 수습도"

등록 : 2017.09.14 04:40
수정 : 2017.09.14 15:55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앞두고

맞벌이 부모 항의전화 원성에

원장은 “집회 의무참석”강요

교사들 처우개선은 외면한채

번번이 정부 추가지원만 요구

“원장들 이윤 추구 도 넘어”지적

게티이미지뱅크

“교사들과 상의 한 번 하지 않은 휴업 결정에 왜 우리만 고통 받아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경기 지역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 A씨는 요새 출근이 두렵다. 곧 있을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에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전화에 시달려서다.

특히 일주일 가까운 휴업 기간에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은 상황에서 하루에도 3, 4차례 항의 전화가 걸려오지만 “유치원 방침이 그렇게 정해졌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 매일 난처한 상황이라고 A씨는 토로했다. 앞서 휴업 예고 공문과 이를 지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동봉해 보내느라 제때 퇴근도 못 했다는 A씨는 13일 “평소에도 원장 ‘눈치 밥’을 먹느라 고생인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욕까지 감수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사립유치원 교사 B씨 역시 원장과 학부모 사이에 끼인 신세를 한탄했다. 그는 “원장이 집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물론 얼마 전 학부모들에게 돌린 탄원서 회수율이 낮자 원장이 일일이 전화해 서명을 해달라고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립유치원 단체가 정부 재정지원 등을 요구하며 이달 두 차례 집단휴업(1차 18일, 2차 25~29일)을 예고한 가운데, 학부모들의 불만과 동시에 현장의 교사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교사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원장들의 휴업 방침에도 모자라,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항의를 수습하는 책임도 오롯이 교사들의 몫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휴업을 둘러싸고 교사들의 불만이 극단으로 치닫는 데엔 평소 원장들에게 쌓인 뿌리 깊은 불신이 존재한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낮은 급여와 복지수준 등 교사들의 불합리한 처우개선은 뒷전인 원장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만을 위해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하며 월 100만원 대 초반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B씨는 “매년 재료비 등 명목으로 원비는 조금씩 올리면서 교사들은 추가 근무수당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운영에서 발생하는 지출을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학부모들로선 입학 경쟁률이 치열한 국ㆍ공립 유치원 대신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사립유치원의 원비 인상을 외면할 수 없고, 교사들 역시 고용 유지를 위해선 유치원 측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원비 횡령 등 비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두고 교사들은 “원아들을 돈으로만 보는 원장들의 이윤 추구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사립유치원의 요구대로 설사 정부 재정지원이 늘어난다 해도 원비 인하나 교사 처우개선 등은 뒷전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3~7월 도내 사립유치원 21곳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유치원 운영비를 원장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회계부정 규모가 2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엔 이 교육청이 70여개 사립유치원을 감사한 결과 14명의 원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 당하기도 했다. 한 사립유치원 교사는 “밝혀진 것만 이 정도지 실상은 이보다 더 심할 것”이라며 “정부 재정 지원은 늘려달라면서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교육당국의 회계감사는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너무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모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국ㆍ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와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18일과 25~29일 동맹휴업을 예고한 상태다. 신상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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