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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식 기자

등록 : 2017.03.16 04:40
수정 : 2017.03.16 14:08

조리사 1명이 200인분… ‘부상 병동’ 학교 급식실

90%가 근골격계 질환 경험

등록 : 2017.03.16 04:40
수정 : 2017.03.16 14:08

경기 성남시의 한 중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자 이모(52ㆍ여)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2012년 3월 조리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 해 10월 왼쪽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됐고, 지난해에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마저 끊어져 올 1월 수술을 했다.

이씨는 “하루 100㎏이 넘는 고기를 볶고 스테인리스 식판 900개를 씻어 정리하다 보니 어깨가 망가졌다”며 “아플 때 쉬고 싶어도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 그러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한지 13년 된 종사자의 손가락이 휘어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제공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는 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자들이 강도 높은 육체노동에 등골이 휘고 있다.

15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학교 급식실 조리 종사자 배치기준을 정해 인력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수 800~1,000명을 기준으로 보면 대전교육청이 초ㆍ중학교 5~6명ㆍ고등학교 6~8명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편이고, 세종교육청이 초등학교 8~9명ㆍ중학교 9~10명ㆍ고등학교 10~11명으로 그나마 낫다. 경기도교육청은 초등학교 7명ㆍ중학교 8명, 고등학교 8명이다. 종사자 1명이 많게는 200인분의 급식을 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종사자 1인당 임금은 월 145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135만2,230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다.

스테인리스 식판에 끼어 부상을 입은 학교 급식실 종사자의 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 제공

종사자들은 처우는 열악한데도 근무강도가 ‘살인적’이어서 부상 등이 속출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는 “메뉴가 복잡하면 밥 먹을 시간도 없다”며 “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가 지난해 11월 경기지역 종사자 1,2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90.2%에 달했다. 화상 등의 사고를 당한 종사자도 68.2%나 됐다. 노조는 이 때문에 배치기준 완화를 시ㆍ도교육청에 촉구하고 있으나 당국은 재정난 등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2,400여 개교에 종사자를 1명씩만 늘리더라도 연간 62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비를 수혜자가 내는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김동민 경기도교육청 교육급식과 주무관은 “방학기간(3개월) 유급 휴식을 하는 등 다른 직종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7월까지 배치기준 완화 문제를 노조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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