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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광기로 전세계 공포

입력
2016.07.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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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 주 뮌헨의 도심 북서부 올림피아쇼핑센터에서 22일 총기난사 테러가 발생해 쇼핑객들이 손을 든 채 현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독일 바이에른 주 뮌헨의 도심 북서부 올림피아쇼핑센터에서 22일 총기난사 테러가 발생해 쇼핑객들이 손을 든 채 현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뮌헨=AP 연합뉴스

“우리는 공포의 밤을 보냈다. 우리 누구라도 있었을 법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우리 모두에게 과연 어디가 안전하냐는 의문을 남겼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뮌헨 총기 난사 사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반문이라도 하듯이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앞서 발생한 프랑스 니스의 트럭 테러와 독일 뷔르츠부르크의 열차 도끼만행 사건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분명히 광기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 테러에 이어 테러집단과 연계되지 않은 개인의 광기까지 표출되며 전세계는 공포의 일상화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

독일 경찰 등에 따르면 뮌헨 총기 난사 사건은 이란과 독일의 이중 국적을 가진 알리 다비트 존볼리(18)의 단독 범행으로 드러났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 신념과는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 범죄는 2시간 40분 동안 독일의 3대 도시인 뮌헨을 무한 공포로 몰아넣은 끝에 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다.

경찰 조사 결과, 존볼리는 과거의 광기적 살상 사건에 집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특히 2011년 노르웨이에서 총기 난사를 저지른 극우 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를 우상화했다. 공교롭게도 범행 당일은 브레이비크가 노르웨이의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77명을 살해한 사건의 5주년이었다. 존볼리가 자신의 페이스북 대화메신저 ‘왓츠앱’의 프로필 사진에 브레이비크의 얼굴을 올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의 방에서는 피터 랭먼의 책 ‘왜 아이들은 살인을 하는가: 학내 총격범의 심리’가 발견됐다. 랭먼은 언론 인터뷰에서 “존볼리가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존볼리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고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을 공개했다. 90년대 이란에서 독일로 이주한 그의 아버지는 택시기사, 어머니는 백화점 종업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볼리는 범행 현장에서도 반사회성향을 강하게 표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나는 복수에 찬 노동자 계급의 독일인”이라고 외쳤다. 그는 총기 난사를 멈추라며 욕설을 하는 주민에게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내가 7년간이나 괴롭힘을 당했다. 난 ‘하르츠4’(독일의 실업수당)를 받고 사는 지역에서 자랐다”면서 고함을 지르고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존볼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참극에 활용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존볼리는 범행 전 셀리나 아킴이라는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을 해킹해 “오늘 쇼핑센터 맥도날드로 와. 원하는 것을 사줄게. 비싼 것은 안돼”라는 글을 올렸다. SNS를 통해 인파를 사건 현장으로 유인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범죄에 SNS가 악용될 수 있다는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뮌헨 총기난사가 IS와 무관한 개인적 범죄라고 발표했다. 후베르투스 안드레아 뮌헨 경찰국장은 “범인은 미치광이들이 벌인 대량 살인에 관한 책과 글에 빠져 있었다”며 “정신병력을 가진 이가 정치적 동기 없이 범행을 저지른 전형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달 14일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 또한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범인의 ‘묻지마 테러’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동일 선상에서 분석하고 있다. 실제 18일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발생한 열차 도끼만행을 포함해 최근 열흘 동안 일어난 3차례 사건 모두, 반사회적 성향의 외톨이 청년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극단적 폭력을 나타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라파엘로 판투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국제안보연구국장은 언론 기고에서 “니스 테러와 뮌헨 사건 모두 세상에 화가 난, 정신적으로 불안한 청년의 범행”이라며 “이념적으로 열성적인 테러범이라기보다 내면의 악령을 발동하는 데 테러 공격을 수단으로 썼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치적ㆍ종교적 목적으로 벌어지는 테러와 개인의 광기 사이의 경계 또한 모호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의 경찰기구인 유로폴이 20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를 포함해 올해 일어난 테러 모두 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실제로 직접 실행하거나 지원한 테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 2000~2015년 테러 공격을 저지른 ‘외로운 늑대’ 가운데 35%가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집계됐다. 테러범과 광기를 가진 사회부적응자 사이의 구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테러조직은 국제사회가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반면 개인적 광기의 폭발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니스 테러범과 관련해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감시망에 전혀 정보가 없었다”며 “대처가 지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익명의 유럽 안보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모든 이들이 과격화 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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