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영식
주필

등록 : 2016.01.07 20:00
수정 : 2016.01.08 15:15

[황영식의 세상만사] 북핵의 진정한 의도

등록 : 2016.01.07 20:00
수정 : 2016.01.08 15:15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이 우선 목표

궁극적으로 ‘자동개입’ 차단 겨냥?

결연한 자주국방 의지만이 대응책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두 번 놀랐다. 첫째는 남북관계 개선 기대를 품게 했던 김정은 신년사가 나온 지 닷새 만이라는 시점이 놀라웠다.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기가 한결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 놀라움이 더 컸다. 돌연한 핵실험에도 일반 국민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남의 나라 얘기를 하듯, 또는 흥미 삼아 한 두 마디 나누는 게 고작이었다. 시장 동요도 눈에 띄지 않았다. ‘안보 불감증’이란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감각적응’(Sensory Adaptation)’처럼,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자극이 거듭될수록 국민 반응이 둔감해진 결과다.

물론 정부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달랐다. 정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미국을 비롯한 우호국과의 공조 방안과 대북 추가 제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외교ㆍ안보 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의 긴급 진단도 잇따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소 과장을 섞어 북의 핵 위협을 강조할 만한 데도, 거꾸로 깎아 내리기에 바빴다. “폭발 위력으로 보아 수소폭탄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일 것”이라는 진단이 좋은 예다. ‘나쁜 짓’을 저지른 북한이 죄질이 더한 ‘수폭(水爆) 실험’을 내세우는 것과 함께 상식을 헝큰다.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집착은 더욱 분명해졌다.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구상과 절차가, 그 축이 대화든 압박이든 모두 실패로 드러났다. 북의 핵개발이 권력세습 과정의 정당성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 즉 최고지도자의 위신을 끌어올리고 외부 위협을 부각해 체제구심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진단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인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이라면 몰라도, 이미 북한 주민의 실질적 생활 개선이 체제 성공의 관건인 시점에 국제적 제재 등이 부를 그 악화를 각오하고서 핵실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국제적 핵 보유국 인정을 겨누고 있다는 데는 동감이다. 그러나 이를 발판으로 미국과의 본격적 대화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라는 진단은 의문이다. 북핵 위기가 ‘실제 상황’이 된 이후로도 유리한 조건에서 미국과 대화할 여러 기회를 북한은 번번이 걷어찼다. 북한이 사실상의(De Facto) 핵 보유국 지위에 가까이 다가섰다는 점에서 보다 크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유력한 후보가 핵 보유국 인정과 함께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운반수단을 갖추어 한미 안보동맹의 연결고리 전체, 적어도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자동개입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민주국가의 약점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북한이다. 한미 군사동맹에도 불구하고 유사시 본토 미군의 한반도 파견에는 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이 핵 보유국과 직접 군사대결에 나선 적이 없고, 미 본토 국민을 핵 위협에 노출시키면서까지 동맹국으로서의 책무를 짊어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북한이 어려운 형편에서도 대륙간탄도탄(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개발에 혈안이고, 한미 양국은 핵 보유국 지위 및 핵 운반수단의 진척을 인정하는 데 인색할 수밖에.

궁극적 대미 안보 수단을 확보하려는 소극적 관점에서든, 대남 군사도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적극적 관점에서든 북한의 이런 의도는 절반쯤 성공했다. ICBM과 SLBM의 실질적 의미를 높일 이동식 발사대나 핵잠수함 등의 개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득한 미래의 일은 아니다.

북핵 위기를 최소한 현재 상태로 묶어두려는 국제적 노력과 함께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독자적 안보태세를 다듬어야만 한다. 가능성도 기대효과도 희박한 독자 핵 무장론 따위는 버리자. 대신 재래식 전력 증강과 정밀 타격능력을 끌어올려 대남 도발로 얻게 될 게 심각한 인적ㆍ물적 피해뿐임을 북한에 각인시키자. 그에 앞서 적어도 안보 문제에서는 정파적 이해나 막연한 대북 온정론이 끼어들지 못하게 안보의식을 다듬어 두자. 안보 불감증으로부터의 탈각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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