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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연금 3종세트’ 속 빈 강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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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연금 3종세트’ 속 빈 강정되나

입력
2016.0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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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첫 도입된 주택연금

지급액 해마다 하향 조정

5년 전보다 수령액 8.6% ↓

주택 가격 둔화ㆍ기대 수명 증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공산 커

향후 국내금리도 상승 예상

대출 이자율 오르면 더욱 먹구름

노후에 집을 깔고 앉아 궁핍하게 사는 대신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아 생활을 하도록 설계된 주택연금의 지급액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벌써 5년째다. 부동산 시장 둔화, 기대수명 연장, 금리 인상 등의 요인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월 지급액은 계속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 집을 가진 고령층에 제시할 ‘당근’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고령층 가계부채 해소와 노후 보장을 위해 ‘내집연금 3종세트’를 내놓으며 주택연금 활성화에 나선 정부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25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7년 도입된 주택연금의 월 평균 지급액은 2012년부터 매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됐다. 월 평균 지급액의 전년 대비 감소폭은 각각 2012년 3.1%, 2013년 2.8%, 2014년 0.6%으로 줄어들다 지난해 1.,5%, 올해 1.9%로 다시 커지는 추세다. 그 결과 같은 값의 주택을 담보로 맡겨도 5년 전과 지금은 지급액이 큰 차이가 난다. 가령 2011년 5억원 주택으로 주택연금을 든 70세(정액형ㆍ종신지급 기준)는 다달이 177만4,000원을 받는 반면, 올 2월 이후 가입하는 70세는 같은 값의 주택으로 이보다 8.6% 적은 162만1,000원 밖에 받지 못한다. 두 사람 모두 가입 시점으로부터 20년(240개월)동안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올해 가입자는 5년 전 가입자와 비교해 받을 수 있는 연금 총액이 3,672만원이나 적은 셈이다.

매년 월 지급금이 줄어드는 것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월 지급금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종아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택가격은 예전만큼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평균 수명 역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며 “향후 월 지급금이 늘어날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근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금리도 상승할 것이 예상되며 대출이자율 역시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또한 월 지급금을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집값이 지난 5년 동안과 비슷한 추이로 움직인다면 5~10년 뒤 5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맡긴 가입자는 2011년 가입자와 비교해 전체 연금 수령액이 1억원 가까이 적을 수도 있다. 여기에 매년 오르는 물가를 고려하면 체감 연금 수령액은 훨씬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령층 가계부채 해소와 노후 보장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주택연금 활성화를 강하게 밀고 있는 정부에는 반갑잖은 소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택연금 활성화를 골자로 한 ‘내집연금 3종 세트’를 발표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어서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고령층을 위해 대출 상환을 위한 일시금 지급을 늘려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낮추고 ▦40~50대 예비 고령층의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우대형 주택연금을 출시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갈수록 연금 지급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집을 포기하는 대신 연금을 택하는 구조에서, 월 지급액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매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월 지급금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도 쉽지 않다. 가입 시점보다 집값이 하락하면 정부가 리스크를 떠안고, 집값이 오르면 가입자의 상속자가 혜택을 보는 식의 현행 제도 하에서도 집값 하락 시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주택 시장 둔화가 예상되지만 주택금융공사는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전제로 상품을 설계해 놨기 때문에 자칫 공공기관 부실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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