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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로보트 태권V(7월 24일)

입력
2017.07.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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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장편 로봇 애니매이션 '로보트 태권V'가 1976년 오늘 개봉됐다.
한국 최초 장편 로봇 애니매이션 '로보트 태권V'가 1976년 오늘 개봉됐다.

1970년대의 리샤오룽 열풍을 이야기했지만, 한국에서 태권도 바람이 분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대통령 박정희가 ‘국기(國技) 태권도’라는 휘호를 썼고, 73년과 74년 세계 태권도선수권대회와 아시아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여가문화와 경제적 여건 등 복합적 요인으로 유ㆍ청소년 태권도 붐이 본격화한 건 80년대였지만, 70년대 태권도는 정통성을 ‘민족’에서 찾고자 했던 독재권력의 지원 속에 중국 쿵푸나 일본 가라테 같은 무예로 대접 받았다.

초ㆍ중등학교 여름 방학이 막 시작되던 1976년 7월 24일,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가 개봉됐다. 한 해 전 TV로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연속극 ‘마징가 Z’에 사로잡혔던 청소년들은 브라운관의 흑백이 아닌 ‘총천연색’ 극장영화에, 그것도 태권도로 적을 무찌르는 ‘우리’ 로봇의 등장에 열광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서울 개봉관에서만 관객 30만 명을 동원했고, 그 해 여름 지방 주요 대도시마다 ‘태권V’를 상영했다. 가수 최호섭이 부른 영화 주제가를 모르는 아이들이 없었다고 한다.

로봇 공학자의 아들로 태권도 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주인공 소년(김훈)이 아버지가 만든 로봇 태권브이를 조종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의 세력군단(붉은별군단)을 무찌르는 이야기. 김청기 감독, 지상학 각본에 유현목 감독의 영화사 유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다. 태권도 유단자의 동작을 16미리 카메라로 찍어 로봇 동작에 응용했다고 한다. 영화의 흥행으로 ‘로보트 태권V 우주작전’ 등 후속작이 잇달아 제작됐고, ‘황금날개’(1978) 등 아류작도 활발히 개봉하는 등 애니메이션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다.

다만 태권V는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로봇이라는 명예와 더불어, 디자인과 스토리의 표절이라는 멍에도 함께 짊어져야 했다. 그래서 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은, 이후 세대의 조롱에 침울해진 태권V에게, 마징가Z에게는 주지 않는 애잔한 정을 느낀다. 2007년 1월 로보트 태권V 디지털 복원판이 개봉했고, 2월 국기원이 태권V에게 4단 명예단증을 수여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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