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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감독 “싸구려 이미지 안된다” 목청 높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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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감독 “싸구려 이미지 안된다” 목청 높이는 이유

입력
2017.07.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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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남자 프로농구 원주 동부 신임 감독이 3일 원주의 구단 숙소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김지섭 기자
이상범 남자 프로농구 원주 동부 신임 감독이 3일 원주의 구단 숙소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김지섭 기자

남자 프로농구 원주 동부 신임 사령탑 이상범(49) 감독은 부임 후 “너희 팀 15명 엔트리 정원은 다 채웠어?”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허재(52) 감독도 지난 3일 대표팀 훈련을 위해 찾은 원주 동부 구단 체육관에서 이 감독을 만나자마자 “상범아, 너네 선수는 있냐?”라고 물었다.

이 감독은 지난 4월말 팀의 리빌딩 중책을 맡고 취임했다.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성공적인 리빌딩으로 2011~12시즌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대전고-연세대를 졸업한 뒤 SBS(KGC인삼공사 전신)를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한 뒤 코치, 감독을 모두 거쳤던 이 감독은 2009년 5월 처음 지휘봉을 잡아 두 시즌(09~10ㆍ10~11) 동안 팀 개편 작업을 거쳐 세 번째 시즌 팀을 챔프전 정상에 올려놨다. 김태술(서울 삼성), 양희종, 오세근(이상 KGC인삼공사), 박찬희(인천 전자랜드), 이정현(전주 KCC) 등이 이 감독이 완성했던 우승 멤버였다.

이 감독은 다시 한번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택했다. 현재 동부는 막강 높이와 질식 수비를 앞세웠던 이른바 ‘동부산성’이 허물어진 상태다. 윤호영(33ㆍ197㎝)은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아 다가오는 시즌을 뛸 수 없고, 김주성(38ㆍ205㎝)은 사실상 현역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빅맨 한정원(33ㆍ200㎝)도 최근 무릎 수술로 이탈했다. 가드진 역시 박지현(38)이 은퇴했고, 간판 가드 허웅(24)은 상무에 입대했다. 동부는 KCC에서 무상으로 노승준(196㎝)을 받아 겨우 15명 정원을 채울 만큼 선수층이 얇아졌다.

이 감독은 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는 지금 두경민(26) 밖에 없다”며 “경기 경험이 없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이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도 문제”라면서 “경민이도 군대를 가고, 주성이가 은퇴하면 허웅이가 제대하고 돌아오는 5라운드 전까지 버텨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부의 팀 리빌딩 중책을 맡은 이상범 감독.
동부의 팀 리빌딩 중책을 맡은 이상범 감독.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다. 이미 리빌딩을 해봤던 이 감독은 “선수를 키울 수밖에 없다”며 “앞 선에서 (김)현호와 (박)병우가 해주고 포워드 쪽은 김영훈, 이지운, 밑에 라인은 서민수 등이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름값이나 전력은 분명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지만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이 감독은 “지금 우리 애들한테는 동부라는 팀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냉정히 말해 다른 팀에 가면 여기에서만큼 뛸 기회를 보장받기 힘드니까 더욱 절실함을 갖고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코트 밖에서 옷을 깔끔하게 입고 평소 잘 꾸미고 다녀라”고 주문했다. 경기에서 질 때는 지더라도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흥이 있어야 하는데 어둡다”면서 “젠틀하고 깔끔하게 하고 다닌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그렇게라도 기를 살려주고 지쳐있던 부분도 올려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KGC인삼공사에서 물러난 뒤 일본을 오가며 재능기부를 하는 등 야인으로 지냈던 이 감독에게 원주는 좋은 기억이 많은 도시다. 선수로 SBS 실업 시절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처음 우승을 경험했고, 감독으로 우승 축포를 쏘아 올렸던 곳 역시 원주다. 이 감독은 “밖에서 봤던 동부는 지키는 농구를 했는데 더 이상 ‘동부산성’은 안 나온다”며 “KGC인삼공사 때처럼 자신 있게 때려 부수는 농구를 해야지, 그 농구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국내 선수들로는 한계가 있다. 외국인 선수 둘이 40점 정도는 해줘야 80점 가깝게 맞출 수 있다”고 했다.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리빌딩 과정이 너무 힘들어 가슴에 사표를 넣고 다녔다는 이 감독은 고난의 길을 또 택한 이유에 대해 “이전 팀에서는 갖고 있는 상품을 예쁘게 만들어서 내보였다면, 갖춰지지 않은 것을 잘 포장해 내보이는 것도 지도자의 실력”이라며 “일본까지 찾아와주신 (원주 동부) 단장님과 사무국장님의 열정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그 순간 갈등하고, 또 갈등했지만 결국 이렇게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향후 포부에 대해서는 “동부가 다시 명문 구단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밑바닥을 잘 만들어놔서 다른 분이 와도 그 토대로 지금 KGC인삼공사처럼 끌고 나가게 하고 싶다”며 “순진하고 착한 우리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이 재미있고,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원주=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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