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긴급수술外 진료 중단, 메르스 감염 이송요원 9일간 근무
의사 또 감염… 확진 전 진료 드러나, 삼성병원發 3차 유행 우려 증폭
4차 감염 2명… 치사율 10% 돌파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대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이 24일까지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사상 초유의 병원 부분폐쇄 조치를 14일 내렸다. 응급실 밖에서 확진자가 잇따르고, 감염된 이송요원이 병원 내부를 9일 동안 제재 없이 돌아다니며 400여명과 접촉, 파문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사실상의 병원 잠정폐쇄는 이송요원의 메르스 최장 잠복기(2주)인 24일까지 유지된다.
메르스 ‘4차 감염자’도 발생해 병원 밖 감염 우려가 커진 가운데 확진자는 145명, 격리자는 5,00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친척 병문안을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건강한 60대 확진자(81번ㆍ남)가 숨지면서 치사율도 10.3%로 올라갔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진정세 판단을 유보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환자 이송요원인 137번(55ㆍ남)은 증상 발현 이후 9일 동안(2~10일) 정상 근무하며 환자 76명, 의료진 52명 등 216명과 직간접으로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송요원은 지난 달 27~29일 응급실에서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에 노출됐으나, 이 병원의 초기 격리대상에서 제외됐다.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머문 3일 동안 휠체어를 타고 응급실 밖을 돌아다녀 외래환자 2명이 감염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이 병원 의사로 확인된 138번(37ㆍ남) 확진자는 10일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환자 진료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체적 관리부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 동안 삼성서울병원은 이 병원을 통한 메르스 확산에 대해 “국가가 뚫린 것”이라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송 원장은 병원 부분 폐쇄와 관련, ▦신규 환자의 외래 및 입원 한시적 제한 ▦응급상황을 제외한 수술 중단 ▦신규 응급환자 진료 중단 ▦입원환자 방문객 제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루 외래환자 8,000여명으로 ‘빅5’에 속하는 삼성서울병원의 이번 조치로 인한 의료대란도 우려 된다.
삼성서울병원의 뒷북 조치에 대해 보건당국이 제 때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택성모 발 1차 유행에 이어 삼성서울 발 2차 유행 역시 보건당국이 책임져야 할 추적관리를 병원에 맡겨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건당국의 삼성서울병원 직접 통제를 촉구하고, 문제의 이송요원과 접촉 가능성이 큰 이 병원 비정규직 2,944명 전원에 대해 자체 감염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4차 감염자’도 두 명이나 나왔다. 3차 감염자인 70대 여성 환자를 이송한 민간 구급차 운전자인 133번(70ㆍ남)이 전날 첫 4차 감염으로 확인된 데 이어 이 구급차에 동승해 함께 환자를 이송한 145번(37ㆍ남)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은 76번(75ㆍ여ㆍ사망)환자를 지난 5일 서울 강동 경희대병원에서 건국대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면서 골절 환자로 판단하고 마스크 외에 방역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전파가 아니라 폭넓은 범위의 병원 내 감염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발 3차 메르스 유행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143번(31ㆍ남) 환자도 새로운 ‘슈퍼 전파자’로 거론되고 있어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 환자는 지난달 25~28일 대전 대청병원에서 2주 동안 프로그램 설치 일을 하다 16번(40ㆍ남)과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부산으로 돌아간 뒤 2일부터 발열 증세 가 나타나 3개 병원을 돌며 외래ㆍ입원진료나 응급실 진료를 받았고, 대중교통도 수 차례 이용하며 수백 명과 직간접 접촉했다. 14번 환자가 경기도 2개 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슈퍼 전파자가 된 것과 유사하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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