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기자

등록 : 2018.06.14 18:18
수정 : 2018.06.14 23:13

잉크 마르기도 전에…북미 비핵화 후속조치 ‘엇박자’

내주 본격 실무협상 앞두고 기싸움

등록 : 2018.06.14 18:18
수정 : 2018.06.14 23:13

폼페이오 “2020년 비핵화 달성”

北 동의 여부 불투명해 갈등 소지

북한 “트럼프가 대화∙협상 통해

진척따라 제재 해제 의향 표명”

미국은 “구체적 비핵화 조치 때까지

제재는 완전한 효력을 유지” 일축

13일 방한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6ㆍ12 북미 정상회담 이틀 만에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곳곳에서 엇박자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성명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디테일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양측이 동상이몽을 꾸는 듯한 모습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음주 포괄적 합의를 토대로 본격 실무협상이 이뤄질 예정인 만큼 주도권을 쥐려는 북미간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북미 간 다른 해석의 대표 사례는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2020년 비핵화 달성’ 발언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종료 후 서울로 이동한 그는 미국 언론에게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북한의) ‘주요 비핵화’ 같은 게 달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북한 비핵화를 이루길 바란다는 ‘정치적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미국이 특정 시점을 못박아 제시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문제는 북한의 동의 여부다. 북미가 ‘2020년 목표’에 합의했다면 정상회담의 성과 포장을 위해서라도 이를 공동성명에 명기했을 게 뻔하다. 게다가 그 동안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도 구체적 시점, 단계별 조치 계획 등의 공표를 꺼려 온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미국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는 불쾌한 자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 간 구두 합의, 곧 ‘이면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모든 것들이 다 최종 문서(북미 공동성명)에 담긴 건 아니다. 그 이상으로 많은 것들이 이뤄졌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문서(합의) 이후에 우리가 협상한, 매우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면 합의란 최종 타결 때까진 비공개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6ㆍ12 공동성명에 집중포화를 퍼붓는 미국 내 여론 무마용이었을 공산이 크다. 이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북한의 비핵화 기존 입장인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을 언급하며 “조미 수뇌분들께서 인식을 같이했다”고 보도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불명확한 군축 과정에도 불구, 북한의 위협이 끝났다고 선언한다”며 “이런 혼란은 구체성이 없는, 391단어(영어 기준)로만 기록된 짧은 공동성명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 유지 여부에 대한 북미 간 해석도 다르다. 조선중앙통신은 “미합중국 대통령이 ‘관계 개선 진척’에 따라 대조선(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는 완전히 효력을 유지한다”며 일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북핵이 더는 (위협) 요인이 되지 않을 때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면서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양국이 아전인수 격으로 6ㆍ12 성명을 해석한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타협 불가능한 이견 노출이라기보단, 다음주 시작될 후속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양측의 치열한 샅바 싸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정상회담의 대성공을 선언했지만, 세부 사항에 있어선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며 향후 추가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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