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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규 기자

등록 : 2017.11.14 14:29
수정 : 2017.11.14 23:12

[오토 라이프] 사고 난 저 고급차, 왜 돈값을 못했을까

벤츠 G바겐 사고로 본 자동차 안전도 평가의 허와 실

등록 : 2017.11.14 14:29
수정 : 2017.11.14 23:12

안전도평가 국가마다 제각각

유로 NCAP, 충돌실험 시속 50㎞

美 IIHS는 시속 64㎞로 더 세게

한국은 보행자 안전까지 시험

실제 도로상황 다 반영할 수 없고

많이 팔리는 모델만 대상 삼아

비싼 차는 안전등급이 없기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현대차 아이오닉의 안전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IIHS 홈페이지 캡쳐

배우 김주혁씨 사망으로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가 사고 당시 타고 있던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는 군용차로 개발됐을 만큼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공식적인 충돌안전등급조차 없어 사고 이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운전자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아도 차의 안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안전도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15일 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톱 세이프티 픽(Top Safety Pick)’은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5 스타 안전등급(5 Stars Safety)’은 유럽신차평가프로그램(Euro NCAP)에서 발표하는 안전등급이다. IIHS와 유로 NCAP은 비영리단체이며 각각 미국 내 보험회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아 자동차 안전도 평가를 한다. 자동차 안전도 평가는 국내에선 다소 둔감한 편이지만, 미국 유럽 등에선 신차 구매 시 반드시 고려하는 항목이며, 이들 단체의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99년부터 안전도 평가(KNCAP)를 하고 있다. 2016년까지 승용차 146개 모델, 승합차 5개 모델, 소형화물차 2개 모델에 대해 평가가 이뤄졌다.

그런데 각 기관에서 분석한 안전도 기준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 소비자들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Euro NCAP은 안전도 평가의 주요 항목인 충돌실험을 실제 도로에서 벌어질 만한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 보니 충돌 속도도 정면의 경우 시속 50km에 그치고, 충돌 항목은 정면, 부분정면, 측면, 기둥측면 등 4개로 한정하고 있다.

반면 IIHS는 전자자세제어장치(ESC)를 의무화하면 매년 7,000건의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05년 발표해 상당수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반영했던 사례에서 보듯, 독자적이고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콘크리트 고정벽에 자동차 정면을 충돌하는 시험 대신 운전석 등 정면 25%가량을 강철 프레임에 시속 64km 속도로 충돌한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이런 조건은 충격이 두 배가 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일상에서 발생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시험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고 김주혁씨 사망 원인 중 한 부분이었던 차량 전복사고를 상정한 시험도 IIHS에서는 진행한다. 천장이 높은 스포츠유틸리차(SUV)의 경우 전복사고가 고질적인 문제여서, 2009년 루프 강성 실험을 IIHS가 도입했다. 천장이 차량 무게의 최소 1.5배를 견뎌야 하며, 4배 이상을 견디면 최고등급(Good)이 주어진다.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IIHS 결과를 꼭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국내(KNCAP)는 Euro NCAP과 비슷하게 충돌 실험이 이뤄지지만, 충돌 속도가 평균 10% 정도 빨라, 더욱 엄격하다. 정면충돌 항목도 국내에서 먼저 진행했으며, Euro NCAP는 2016년에야 도입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수입차의 충돌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예컨대 폭스바겐 폴로의 경우 KNCAP 2015년 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는데, 정면충돌에서 16점 만점에 11.1점 맞은 게 낮은 등급의 한 원인이었다. 폴로는 Euro NCAP에선 2009년과 2017년 각각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을 정도로 안전도 높은 승용차로 평가받았다.

KNCAP는 미국 IIHS와도 구분된다. IIHS가 탑승자의 사고 후유증 감소에 목적을 두다 보니, 차량 강성, 탑승자 안전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는 반면 KNCAP는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감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런 취지로, 충돌 시 보행자 상해 정도를 측정하는 보행자 안전도 시험을 하고 있는데, IIHS에선 시행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015년 KNCAP 평가에서 미국 포드 토러스는 충돌안전성(만점의 92.2%) 주행안전성(90.0%)에서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보행자 안전성 부문에서 낙제점 수준인 42.7%를 받아 3등급이 종합점수로 부여됐다.

최근에는 안전도 평가가 충돌시험 외에도 충돌방지장치 유무, 아동용 시트 장착 편의성 등 사고 예방도 중시하는 추세다. IIHS 역시 최고의 안전차량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는 안전등급 최고점(Good)에, 2등급 이상의 차량 충돌방지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도 평가는 실험실에서 이뤄지다 보니, 불규칙한 상황이 많은 실제 도로 상황을 모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기관에서 진행하는 안전등급 평가가 판매되는 전 차종에 실시되지도 않는다. 평가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평가 차 대부분을 평가기관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대중성 있는 모델만 진행한다. 고 김주혁씨가 탔던 벤츠 G63 AMG은 국내 판매가격이 2억원이 넘는 고가 SUV인데다, 판매대수도 연간 100여대에 불과해 공식기관의 안전도 평가 결과를 찾기 힘들다. 벤츠 최고 세단인 S클래스도, BMW 최고 세단인 7시리즈도 안전 등급이 없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차량 대부분 제작사에서 개발단계에서부터 수차례 충돌 테스트 등 안전도 분석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다”며 “안전도 측정기준이 기관마다 다르고 실제 사고 결과와 안전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니어서 안전도 평가를 의무화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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