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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빙기 동원해 초저녁에 전기 끊기게… 못 말리는 진상 캠핑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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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빙기 동원해 초저녁에 전기 끊기게… 못 말리는 진상 캠핑족

입력
2017.04.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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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까지 음주고성

아이 보는데 지나친 애정 행각

“스트레스 풀러 왔다 더 쌓여”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캠핑장에 캠핑용 텐트가 늘어서 있다. 김형준 기자
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캠핑장에 캠핑용 텐트가 늘어서 있다. 김형준 기자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의 한 캠핑장을 찾은 직장인 최모(34)씨는 12일 “재충전을 위해 캠핑을 갔다가 다른 스트레스와 피로만 더 안고 왔다”고 토로했다. 최씨 일행 옆자리에 텐트를 친 사람들이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며 떠들어, 제대로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밤 12시쯤 ‘모두 잘 시간이 됐으니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돈 내고 시간 내서 캠핑을 왔는데, 이 정도도 못 노느냐”는 답이 돌아왔단다. 올해로 ‘캠핑족’ 생활 6년 차라는 최씨는 “괜한 싸움에 휘말리기 싫어 참았지만, 자신의 즐거움만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 씁쓸했다”고 푸념했다.

캠핑이 최근 수년 사이 도시인들의 대표 여가생활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이기적인 행동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른바 ‘진상 캠퍼’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일부 캠핑장 이용자들이 공공질서를 어기면서까지 ‘내 즐거움’만 쫓느라 서로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일도 발생한다. 캠핑장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캠핑 애호가들이 꼽은 ‘진상 캠퍼’의 유형은 다양하다. 대한캠핑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늦은 시간까지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 민폐를 끼치는 사례가 대표적인데, 최근에는 한술 더 떠 음악이나 영화의 볼륨을 높여 옆 공간 사람들의 대화나 취침을 방해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캠핑협회 관계자는 “제빙기, 커피 머신 등 ‘럭셔리’ 캠핑도구를 동원해 한정된 전기를 모두 끌어다 써 초저녁부터 캠핑장을 어둠의 늪에 빠뜨리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늑장을 부리다 지정된 철수 시간을 어긴 이들이, 제 시간에 온 다음 차례 이용객들과 마찰을 빚는 일도 부지기수다. 아이와 함께 캠핑을 온 부모들은 청춘들의 과도한 애정 행각이, 친구들과 함께 온 청춘들은 캠핑장 내를 위험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의 행태가 못마땅하다.

캠핑장 이용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꾸준히 지켜보는 캠핑장 관리인들은 이용자들이 머문 자리에 내동댕이쳐진 시민의식을 볼 때마다 가슴 아프다고 했다. 서울 중랑캠핑숲 관리인 성송운(53)씨는 “원래 캠핑장 쓰레기 처리는 이용자들의 몫이지만, 아무리 강조를 해도 쓰레기를 자리에 두고 떠나는 이들이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씨는 특히 “불을 피웠던 화로를 지정된 세척공간이 아닌 공용 수돗가에서 씻는 행위는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중랑캠핑숲의 수돗가 수챗구멍은 잿더미로 꽉 막혀 이용이 불가한 상태였다. 이용자들은 “전형적인 ‘진상 캠퍼’의 흔적”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캠핑의 본질을 되새기면서 공간을 공유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규정 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를 머무르기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은 캠핑의 제1원칙”이라며 “캠핑이 대중적 여가수단으로 자리잡은 만큼, 자신만을 위한 캠핑이 아닌 휴식의 가치를 공유할 줄 아는 하는 자세도 함께 자리잡아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8일 서울 중랑구의 한 공동 캠핑장 수돗가 수챗구멍이 화로 잿더미에 막혀 있다. 김형준 기자
8일 서울 중랑구의 한 공동 캠핑장 수돗가 수챗구멍이 화로 잿더미에 막혀 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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