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왜가리의 기다림

해가 저물어가는 경남 산청 경호강 자락의 작은 보에서 왜가리 한 마리가 전날 내린 비로 거칠어진 물살을 이기며 사냥에 나섰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해 저무는 경남 산청 경호강 자락에서 만난 왜가리 한 마리. 거친 물살에도 아랑곳없이 가냘픈 다리를 보에 밀착시키고는 느긋이 수평선만 바라본다. 조용히 쳐다보고 있던 내 마음만 조급해졌다. 왜 사람들이 왜가리의 사냥법을 게으르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왜가리는 다른 새들처럼 먹이를 쫓아가지 않고 물고기들이 지날만한 장소를 찾아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을 부릅뜨고 기다리다 낚아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항상 뭔가에 쫓기듯 달려온 스스로를 뒤돌아 보게 됐다. 오늘, 기다림의 미덕 속에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를 왜가리로부터 배운다. 셔터를 멈추고 기다리다 보니 왜가리는 물고기가 되고 나는 왜가리가 되었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해가 저물어가는 경남 산청 경호강 자락의 작은 보에서 왜가리들이 전날 내린 비로 거칠어진 물살을 이기며 사냥에 나섰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