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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보다 값진 야생화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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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보다 값진 야생화꽃다발”

입력
2018.05.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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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송면중 학부모들 스승의 날 깜짝 선물

스승의 날인 15일 학부모들로부터 야생화 꽃다발을 받은 송면중학교 교사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스승의 날인 15일 학부모들로부터 야생화 꽃다발을 받은 송면중학교 교사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15일 오전 8시 30분쯤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 교무실에 학부모 3명이 꽃다발 6개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이 가져온 꽃은 카네이션이 아니라 들판에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였다.

교사들에게 꽃다발을 건넨 이들은 “스승의 날 선물 때문에 선생님들이 부담스러워 할 까봐 야생화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꽃다발은 교무실과 도서실, 급식실, 교장실, 행정실에 전달됐다.

이들은 동네 야산과 들판에서 개망초 금낭화 등 토종 들꽃을 꺾어 화환을 만들었다. 유리병에 꽃을 담은 뒤 재활용 포장재로 정성껏 감싸고 리본을 달았다.

김민지(43) 학부모회장은 “학부모 회원 10여명이 2,3일 동안 동네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며 채집한 꽃”이라며 “꽃다발을 만드는데 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이 스승의 날에 야생화를 교사들에게 선물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 스승의 날 선물 문제로 선생님들이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회의를 거쳐 “감사의 마음만 담은 야생화를 선물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런 순수한 뜻을 알게 된 교사들도 흔쾌히 이 선물을 받아들였고, 야생화 꽃다발 전달은 이 학교 스승의 날 행사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이 학교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만 되면 선물을 주고 받는 문제로 혼란을 겪을 일이 없다고 한다.

송면중학교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선물한 들꽃다발. 송면중학부모회 제공
송면중학교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선물한 들꽃다발. 송면중학부모회 제공
송면중학교 학부모들이 야생화로 만든 꽃다발. 송면중학부모회 제공
송면중학교 학부모들이 야생화로 만든 꽃다발. 송면중학부모회 제공

이날 학부모들로부터 야생화를 선물받은 직후 이 학교 김상열 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지만 받는 저희 교직원들에겐 수백만원 명품보다 더 값진 마음의 선물’이라고 썼다.

그는 ‘들판에 피어난 야생화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 학부모님의 정성을 생각해 더 열심히 성심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키우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직원 최윤정씨는 “학부모들이 직접 만든 귀한 선물 덕분에 아침부터 학교 분위기가 환해졌다. 교사와 제자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스승의 날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고 말했다.

산골 오지에 자리한 송면중학교는 전교생 28명, 교사 10명의 자그마한 학교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 학교는 원주민, 귀농한 학부모들과 잘 협력해 지역 공동체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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