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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야곱의 돌베개(7.3)

입력
2018.07.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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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존 메이저 전 총리가 1996년 오늘 '야곱의 돌베개'라 불리는 스코틀랜드의 보물 '스쿤석'의 반환을 선언했다.
영국 존 메이저 전 총리가 1996년 오늘 '야곱의 돌베개'라 불리는 스코틀랜드의 보물 '스쿤석'의 반환을 선언했다.

구약 창세기의 야곱은 그리 버젓한 존재가 아니다. 차남인 그는 장자인 형 에서의 상속권을 빼앗으려고 속임수를 썼다가 도망자 신세가 됐고, 고단한 도피길 어느 들판에서 큼직한 돌을 베개(야곱의 돌베개) 삼아 자다가 꿈에 하나님을 만나 축복의 상징인 하늘 사다리(야곱의 사다리)를 보고 탐욕을 반성하고 개과천선했다는 인물이다.

그 ‘야곱의 돌베개’라는 것이 전란 중에 스코틀랜드 북쪽 퍼스의 스쿤(Scone) 성으로 옮겨졌고, 9세기 독립한 스코틀랜드 왕국의 국왕 대관식 옥좌로 쓰이게 된다. 그 돌은 ‘스쿤의 돌(Stone of Scone)’ 혹은 신성의 권위를 상징하는 ‘운명의 돌’이라 불렸다. 돌은 가로 66㎝ 세로 42.5㎝ 두께 27㎝에 무게 152kg의 장방형 사암(沙岩)이다.

1296년 던바(Dunbar) 전투에서 스코틀랜드를 제압한 잉글랜드 국왕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 주권의 상징인 저 돌을 전리품으로 빼앗았고, 잉글랜드 국왕 대관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의 옥좌 바닥석으로 쓰기 시작했다. 1328년 양국 국왕이 노스앰턴(Northampton) 조약으로 돌을 반환키로 했지만 잉글랜드 군중들의 반대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스코틀랜드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 국왕 제임스 1세가 될 때에도, 1953년 즉위한 현 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저 돌 위에서 왕관을 썼다. 돌은 ‘대관식의 돌’이라 불렸다.

돌을 빼앗긴 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는 이설(異說)들이 만들어졌다. 잉글랜드가 가져간 건 가짜이며, 진짜는 미지의 장소에 은닉돼 있다는 거였다. 돌의 크기와 모양새가 전래의 기록과 다르다는 주장도 있었다. 1950년 크리스마스 날 밤, 스코틀랜드의 학생 네 명이 저 돌을 훔쳐 스코틀랜드로 밀반입했다가 넉 달 만에 발각돼 회수된 일도 있었다.

1996년 7월 3일 존 메이저 당시 영국 총리가 노스앰턴 조약의 이행을 선언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유권자의 환심을 노린 정치적 꼼수라는 비난까지 감수했지만, 이듬해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하면서 그는 퇴임했다. 어쨌건 돌은 그 해 11월 30일 반환돼 에든버러 성 왕가의 방(Honours of Scotland)에 왕관, 왕홀, 보검과 함께 보관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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