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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 여승무원들 “대법원 직권으로 재심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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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 여승무원들 “대법원 직권으로 재심해달라”

입력
2018.05.3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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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비서실장과 40분 면담

‘판결 뒷거래’ 자료 공개도 요구

[저작권 한국일보]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KTX 해고 승무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해고 승무원들은 박근혜 정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재판 흥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KTX 해고 승무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해고 승무원들은 박근혜 정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재판 흥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정부를 뒷받침한 판결’ 문건의 당사자인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대법원에 직권으로 다시 재판을 열 것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분쟁 해결 종착지인 대법원이 해법을 내놓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지는 등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형국이다.

KTX 해고 여승무원들은 30일 오후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고등부장)과 40분간 면담하며 “대법원의 뒷거래 (의혹) 판결로 많은 이의 인생이 망가졌고 한 사람은 목숨을 끊었다.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철저한 조사는 물론, 청와대 유착 의혹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문건 속 모든 대법원 패소 관계자들의 대법원장 면담과 사태 수습방안도 요청하면서 심지어 대법원이 직권으로 재심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KTX 승무원 사건을 심리한 대법관이 양 전 원장 뜻대로 부정한 판결을 했으니 원상 복구해달라는 셈이다. 김 비서실장은 “요청 내용을 모두 전하겠고, 조만간 대법원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 답했다고 한다. 법원의 직권 재심은 현행법 규정에 없다.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판결의 당사자들이 이처럼 과한 주장까지 내놓으며 거세게 반발하는 데는 대법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KTX 여승무원 사건 등 의혹의 판결에 대한 철저한 경위 조사 없이 문건만 덜렁 공개하면서 당사자 분노만 자극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앞서 올 1월 청와대와 교감 정황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을 두고는 여론 주목도가 높아 재판 단계별 경위를 상세히 파악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정부 협상용’ 판결들은 제대로 손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 ‘구미’에 맞은 판결들을 모아 문건으로 작성한 것이지,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이 개입돼 결과가 달라진 것은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려서다. 조사단 관계자는 최근 “관여 대법관 조사도 배제하지 않으려 했지만 문건 하나로 오염된 판결이라 볼 순 없어서 실제 대법관 조사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대법원장의 청와대 오찬 자료로 쓰려고 한 게 아닌지 짐작한다는 정도가 조사단 얘기다. 1ㆍ2심에서 승소했다가 무려 4년을 기다린 대법원 선고에서 패소한 KTX 해고 승무원들 입장에선 극도의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법원 판결 시기인 2015년 2월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밀었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에 대법원이 전력하던 때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문건의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속 대책 발표를 압박했다. ‘사법농단 피해자’라는 긴급조치피해자모임ㆍ금속노조쌍용차지부ㆍ전국교직원노동조합ㆍ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관계자 등은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 내지 수사의뢰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김 대법원장에게 요구했다.

사법부가 세 차례 조사에도 역풍만 맞고 추가 조사 내지 검찰 수사 요구를 법원 안팎으로 받게 되자 다시금 내홍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내부망에 “법치행위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가 아니다”며 “선택 기준은 싸움이 아니라 헌법적 법률과 국민이며, 그 근본 바탕은 이성이어야 한다”고 썼다. 반면,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 부장판사는 “재판을 거래나 흥정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통해 사법부 스스로가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키는 참담한 결과에 이르렀다”며 “헌정유린행위 관련자들에 대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김 대법원장에게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이 “일선 법관 의견도 경청하겠다”고 밝힌 만큼, 법관대표회의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요청한다면 김 대법원장도 일선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사단으로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별 연루자 등을 보고 받은 김 대법원장은 심의관(부장판사) 등을 대상으로 내부 간담회를 열어 후속조치 방향을 논의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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