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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혈세’가 귀한 공직자는 얼마나 될까

입력
2016.12.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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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낸 세금을 낭비한다 싶으면 흔히 동원되는 말이 ‘국민의 혈세’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용어가 비판하는 사람들만 쓰는 말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실제로 국민이 낸 세금을 집행하는 이들의 마음에 이런 의식이 얼마나 깊이 배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이달 초 캐틀린 온 캐나다 온타리오 주지사의 방한 기념 비즈니스 오찬에서 캐틀린 주지사의 연설에서 귀에 번쩍 띄는 표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온타리오주와 한국이 협력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할 때까지는 한국을 방문한 다른 해외 정치 지도자들 연설과 다름이 없다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많은 경제사절단이 먼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납세자의 돈을 많이 썼다, 그래서 저는 이 방문에서 정말 많은 성과를 얻어가야 하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 사람이야말로 주민을 깊이 생각하는 지도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 공직자들의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어 있지 않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추진하는 공식 석상에서 이런 표현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그녀의 진정성은 필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공감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공직자들(공공기관 임직원들까지 포함하여) 마음속에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이, 즉 봉급은 물론 자신들이 업무를 위해 쓰는 경비까지 국민이 내는 ‘혈세’로부터 나온다는 인식이 얼마나 새겨져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납세자들에게서 나온 공적 자금을 빼돌려서 쇠고랑을 차는 몰염치한 공직자들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쓰면서 마치 자신이 그 돈을 베푸는 것인 양 착각하는 행동을 하는 공직자들(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는가. 훌륭한 경력을 쌓아온 고위 공직자들일수록 이런저런 업적을 내가 했노라 자랑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 또한 그 당시 납세자들을 포함하여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모든 분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자신만이 칭송 받기를 원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져서 가끔 낯 뜨겁기도 했다. 당시 그 일에 관여했던 부서의 모든 공직자가 비슷한 자화자찬을 하는 것을 들으면 더욱 그런 감정이 든다.

우리 정치 지도자 중에 해외를 순방하면서 캐틀린 주지사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분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많은 관련 공무원들이 다 만들어 놓은 협력사업들을 자신이 이룬 업적으로 삼고 심지어는 민간기업들이 애써 만든 비즈니스 결과도 그 업적 속에 포함하곤 하는 것이 보통이 아니었을까. 특히 상대국에 조금이라도 베푸는 성격의 일이 있을 때는 그야말로 자신이 주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는지 물어볼 일이다.

납세자에 대한 책임감은 결코 정치 지도자들이나 고위 공무원들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평생 자신의 직업과 소득을 보장해 주는 자리에서 일하는 모든 공직자는 같은 인식을 해야 한다. 과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국민이 낸 세금을 그 뜻에 맞게 그리고 낭비 없이 쓰고 있는 것인지 매일매일 마음으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런 책임의식은 공직자들에만 한정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벌이고 있는 사업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기여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의식하면서 조금이라도 공익에 기여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들의 사업을 이렇게 키워준 데에는 자신과 함께 일한 임직원들을 물론 협력기업들, 근로자들 그리고 나아가 자신들이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사준 소비자들까지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물며 지금과 같이 자신들이 가진 지분이 적은 경우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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