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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로드샵 매출 4분의 1로 확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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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로드샵 매출 4분의 1로 확 줄었어요”

입력
2017.03.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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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퇴실 붐빌 시간에도 한산

“사드 보복 후 4000실 예약 취소”

이화여대 주변에도 발길 끊겨

“중국어 메뉴판 떼도 될 정도”

중국서 인천 들어오는 카페리

정원 절반도 못 채운 채 입항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15일 오후, 중국어 안내판이 서 있는 서울 중구 명동 골목길이 부쩍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15일 오후, 중국어 안내판이 서 있는 서울 중구 명동 골목길이 부쩍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한미 정부가 합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 일환으로 중국인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 늘 유커(游客ㆍ중국인 단체관광객)로 붐볐던 이곳은 부쩍 한산했다. 단체관광객의 상징으로 여기저기 나부꼈던 가이드 깃발은 완전히 사라졌다.

유커들이 꼭 들렀던 화장품로드샵도 텅 비었다. 마스크팩으로 유명하다는 한 화장품가게가 11시부터 20분 동안 받은 손님은 겨우 일본인 관광객 2명. 주인 이모(45)씨는 ‘매출 타격을 체감하냐’는 물음에 “한번 보세요, 손님이 있나” 하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중국 정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 (단체관광이 전면 금지된) 지금부턴 말 그대로 생존전쟁”이라고 말했다.

중국어로 “어서 오세요”를 외치며 관광객을 불러모았던 점원들 역시 들어줄 이 없는 외침에 어깨가 잔뜩 늘어져 있었다. “괜한 에너지만 낭비하는 것”이라며 호객 행위를 중단한 곳도 있었다. ‘중국어 가능자 우대’ 조건으로 고용됐다는 허모(30)씨는 “관광객이 끊기면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이라며 발을 동동거렸다.

규모가 크고 객실 단가가 높지 않아 “유커를 가장 많이 받는다”고 알려진 호텔 역시 퇴실로 붐볐어야 할 시간대(오전 11시~낮 12시)임에도 한가한 모습이었다. 명동 소재 한 호텔 관계자는 “사드 보복 직후 취소된 객실이 4,000실”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최소 객실 단가 5만원으로 계산하면 2억원의 매출이 날아간 셈이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유커 감소로) 빠지는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객실 단가를 내리기 시작하면 출혈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한령 실시 첫날인 15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인증샷’ 장소로 인기가 높았던 서울 이화여대 정문 배꽃 조형물 앞이 한산한 모습이다. 김형준 기자
금한령 실시 첫날인 15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인증샷’ 장소로 인기가 높았던 서울 이화여대 정문 배꽃 조형물 앞이 한산한 모습이다. 김형준 기자

중국어로 돈을 벌게 한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의 필수 코스로 꼽혔던 이화여대에도 중국인 발길이 뚝 끊겼다. 재학생 김모(20)씨는 “소음으로 수업조차 할 수 없었던 지난 학기와 분위기가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유커 덕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던 노점상들 얼굴엔 그늘이 졌다. 김모(51)씨는 “지난해 7월부터 중국인들이 줄기 시작하더니 3월 들어선 거의 못 봤다”며 “중국어 메뉴 판을 떼도 될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항과 항만에도 사드 한파가 불어 닥쳤다.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물론 버스 주차장도 한산했으며,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줄지어 이동하는 유커들은 찾을 수 없었다. 인천공항 전체 이용객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중국 노선 이용객은 최근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4일 이용객은 2만4,399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 2만9,855명보다 18%(5,456명) 감소했다. 13일에도 전년 대비 12% 줄었다.

전날 중국 스다오(石島)를 떠나 15일 오전 인천항에 들어온 카페리 이용객은 정원 1,500명의 절반도 못 미치는 693명이었다. 선사 측은 “1,000~1,200명 수준이 탔던 평상시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중카페리협회 관계자는 “이달 6일부터 14일까지만 7만1,000명이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앞으로 이용객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항만공사엔 기항 취소가 잇따랐다. 지금까지 취소를 통보한 크루즈(유람선)는 29척으로, 이들 배를 통해 입국할 것으로 예상된 관광객은 약 7만2,000명에 이른다. 강원 양양국제공항은 개점휴업 위험에 처했다. 양양공항은 4월부터 진에어가 양양~상하이(上海) 노선 취항을 예정했으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운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2월 이스타항공은 양양에서 심양(瀋陽)과 광저우(廣州)을 잇는 정기노선 운수권을 국토교통부에 자진 반납했다.

소규모 무역인(보따리상)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기 평택항 역시 중국 항만세관이 지난 10일부터 한중 카페리 선박을 이용해 반입되는 화장품 옷 등을 규제하겠다고 각 선사에 유선 통보한 이후 승객이 줄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보따리상도 많이 줄었다”며 “선사 경영에 타격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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