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에 각각 33층과 25층인 초현대식 건물 두 동이 나란히 준공됐다. 포스코차이나의 중국 사옥 ‘베이징 포스코센터’다.
포스코는 2만㎡에 부지에 연면적 16만2,000㎡의 건물을 세우는 데 무려 4억3,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입했다.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로 보일 수도 있지만 포스코차이나 측은 “중국 정부에서 제안한 부지의 절반만 수용해 신사옥을 지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투자”라고 말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 곳의 임대료가 서울 강남의 1.8배이기 때문다. 포스코차이나가 세운 이 건물들의 계약률은 현재 90%에 이른다. 계약률이 100%를 채우는 3월이 되면 연간 임대수익만 4,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알리바바가 바로 옆 건물을 매입한 만큼 앞으로 부동산 임대 수익성이 더 좋아질 전망이다.
포스코센터 뿐만이 아니다. 요즘 중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들은 베이징에서 대형 건물을 매입하거나 초고층 건물을 신축 중이다. 그 바람에 중국에서 주력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부동산 사업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LG는 기업들이 밀집한 베이징 구어마오(國貿)에 10여 년 전 30층 규모의 쌍둥이 건물을 지었다. SK 계열사들도 LG 건물 인근에 40층 빌딩을 2008년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이 1990년대 말 하인즈 그룹에 매각한 22층 건물을 2004년 다시 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본부가 입주했던 이 건물은 외국계 기업과 대사관이 몰려 있는 노른자 땅 옌사(燕沙)에 있다.
중국 진출 이후 부동산 투자에 눈길을 주지 않은 삼성그룹도 베이징 최고의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국제무역센터 사거리에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57층 규모의 삼성사옥을 건설 중이다. 연면적이 포스코센터보다 조금 넓은 16만7,500㎡에 이른다. 사업을 시행하는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운용 다변화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 등에 임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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