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안락사 위기 동물 구하는 조종사들

알림

안락사 위기 동물 구하는 조종사들

입력
2017.06.30 11:00
0 0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거점을 둔 비행기 조종사들의 자원봉사 단체 '구조의 날개'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개와 고양이를 비행기에 태워 안전한 보호소로 이송한다. 윙스오브레스큐 페이스북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거점을 둔 비행기 조종사들의 자원봉사 단체 '구조의 날개'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개와 고양이를 비행기에 태워 안전한 보호소로 이송한다. 윙스오브레스큐 페이스북

죽을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조하는 하늘의 영웅들이 있습니다. 미국 비행기 조종사들의 자원봉사 단체 '구조의 날개(Wings of Rescue)'입니다. 이들은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개와 고양이를 비행기에 태워 안락사를 하지 않는 보호소로 이송하며, 자연재해나 사고 등 위기상황에 처한 동물들을 구조합니다.

구조의 날개 홈페이지와 미국 온라인 매체 엘리트데일리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거점을 둔 구조의 날개는 온전히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으로 운영됩니다. 자원봉사자들은 개와 고양이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선의로 똘똘 뭉쳤습니다. 30명의 자원봉사 조종사가 각자 소유한 소형자가용 비행기로 미국 전역을 비행하며 비행 연료비도 스스로 부담합니다. 그 밖에 10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정을 조정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유기동물이 증가하면서 유기동물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생겼는데요. 동물들에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고, 한편으론 상업 목적으로 과도하게 번식시킨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미국에서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하는 캘리포니아 주에선 인구와 비례해 반려동물의 수가 많지만 그만큼 유기되는 동물의 수도 많습니다. 유기동물 보호소가 과밀 상태가 되면서 대부분의 개와 고양이는 단순히 공간 부족을 이유로 안락사됩니다.

구조의 날개의 활동가 릭 브루디 씨는 "안락사 비율이 높은 보호소만을 비난할 수는 없다"며 "동물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결국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구조의 날개 활동은 온전히 기부와 자원봉사로 이뤄졌다. 30명의 자원봉사 조종사가 각자 소유한 소형자가용 비행기로 미국 전역을 비행하며 비행 연료비도 스스로 부담한다. 윙스오브레스큐 페이스북
구조의 날개 활동은 온전히 기부와 자원봉사로 이뤄졌다. 30명의 자원봉사 조종사가 각자 소유한 소형자가용 비행기로 미국 전역을 비행하며 비행 연료비도 스스로 부담한다. 윙스오브레스큐 페이스북

사회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목숨을 잃는 동물들을 위해 구조의 날개가 나섰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안락사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테네시 주 등에 분포한 보호소에서 콜로라도, 유타, 산타페 주와 태평양 북서부, 캐나다 등에 있는 안전한 보호소로 개와 고양이를 이송합니다. 안락사를 하지 않는 보호소로 옮겨진 동물들은 그곳에서 새로운 입양 가족을 찾게 됩니다.

자연재해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즉시 비행기가 출동해 동물들을 구조합니다. 지난 2016년 루이지애나 주에서 대홍수가 났을 때 구조의 날개는 비행기 5대를 홍수 지역으로 보내 약 750마리의 동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습니다. 마치 영화 속 슈퍼맨처럼 말이지요.

이 단체는 해마다 비행기 20대로 하루에 약 1,000마리의 동물을 이송하는 '홀리데이 에어 리프트(Holiday Air Lift)'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 2월, 미국의 온라인매체 엘리트 데일리는 이 임무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이날 구조의 날개는 멕시코 국경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 엘 센트로의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 개 49마리를 구출했습니다. 오전 7시에 LA 벤 누이스 공항을 출발해 엘 센트로의 보호소로 날아가 동물들을 태운 뒤, 아이다호 주 보이시로 비행해 동물들을 보호소로 인도하고 오후 8시에 다시 벤 누이스 공항에 도착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하룻동안 총 3,218㎞를 이동한 조종사들의 열정과 헌신은 말로 다 표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이 날 구조된 개들은 대부분이 며칠 안에 새로운 가족을 찾았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프레스노 공항에서 캐나다 에드먼턴 공항까지 이동한 유기견 20마리의 입양가족들은 캐나다 에드먼턴 공항으로 마중 나와 박수와 환영의 인사를 보냈다. 엘리트데일리 화면 캡처
캘리포니아 주 프레스노 공항에서 캐나다 에드먼턴 공항까지 이동한 유기견 20마리의 입양가족들은 캐나다 에드먼턴 공항으로 마중 나와 박수와 환영의 인사를 보냈다. 엘리트데일리 화면 캡처

구조의 날개 공동설립자인 조종사 예후 네타넬 씨는 구조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동물들의 얼굴과 흔들리는 꼬리를 보면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솟아난다"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지아 주 비데일리아에 있는 열악한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 한 마리를 구출한 후, 곧바로 약 1,400㎞ 떨어진 뉴욕 브루클린의 입양 가정까지 데려다 준 적도 있습니다. 구조부터 입양까지 지켜보며 절망과 구원의 감정을 오갔죠."

네타넬 씨는 "가장 감동적이었던 임무는 캘리포니아 주 프레스노 공항에서 캐나다 에드먼턴 공항까지 개 20마리를 이송했을 때"라고 말합니다.

당시 이송됐던 모든 개들은 이미 입양가족이 결정돼있었는데요. 에드먼턴 공항에 도착하자 입양가족들이 마중 나와 새로 만난 반려견들을 환영했습니다. 공항 터미널에서 개들의 이름을 한 마리씩 호명하고 그들을 입양가족에게 넘겨줄 때, 매번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네타넬 씨는 "벅찰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조의 날개는 지난 해 130번 비행하며 약 1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구출했습니다. 대다수의 개를 포함해 1,500 마리 이상의 고양이와 70마리 이상의 토끼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올 한해 1만2,000 마리를 구출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재까지 구조의 날개는 미국 전역과 주변국까지 오가며 2만5,000 마리 이상의 동물들에게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줬습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