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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시오패스

입력
2016.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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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Sociopath)는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아무 죄책감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다. 성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공격적이고,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사이코패스가 주로 유전적 결함 때문에 감정ㆍ충동적 범죄에 빠지는 것과 달리 잘못된 행동을 위장ㆍ은폐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후천적 사회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도 차이가 있다. 가족 직장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 가운데도 소시오패스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지킬 박사는 성공과 명예를 중시하는 사회 모범생이지만 그의 무의식에는 추악한 욕망과 광기가 숨어있다. 과학자이자 자선가인 지킬 박사는 밤이면 런던의 거리를 누비며 쾌락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악의 화신 하이드로 변신한다. 하이드에게는 무차별적 공격성만 있을 뿐 조금의 자비심이나 죄책감도 없다.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다. 한 사람에게서 여러 개의 인격이 존재한다는 다중인격장애(DID)의 극단적 형태다.

▦ 소시오패스의 대표적 예로 히틀러나 스탈린이 거론되지만 우리 주변의 흉악범죄자 중에서도 소시오패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사건의 범인 조성호,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장기 없는 토막시신 사건의 범인 박춘봉 등이다. ‘윤 일병 구타 사망’ ‘김해 여고생 암매장’ ‘울산 여대생 묻지마 살인’ 등도 극단적 폭력성이 개입된 다중인격장애의 소산이다. 대기업 2세들의 ‘갑질’ 행태도 반사회적 인격장애란 점에서 비슷하다. 전체 인구의 약 4%가 소시오패스라는 미국 정부의 통계도 있다.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의 자서전 대필작가인 토니 슈워츠는 트럼프를 “거짓말쟁이 소시오패스”라고 비난하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책 제목을 소시오패스로 바꾸고 싶다”고 후회했다. 민주당의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를 “사이코패스”라고 했다. 멕시코의 한 잡지는 트럼프를 히틀러로 묘사한 표지사진을 실었다. 여성에 대한 입에 담기 힘든 천박한 표현도 그렇지만, “여자는 스타에게 뭐든지 허용한다”는 사고방식이 더욱 혀를 차게 한다. 이런 그가 만에 하나 백악관 주인이 되면,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세계에 어떤 짓을 할지 걱정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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