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레이스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가 분수령인 19일(현지시간) 뉴욕대전에서 압승을 거두며 대세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에게 7연패를 당했던 클린턴 전 장관은 본선 진출 8부 능선에 올랐으며 트럼프 또한 본선 자력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98% 개표된 이날 오후12시 현재 클린턴 전 장관은 57.9%의 득표율로 42.1%인 샌더스 의원을 크게 앞섰다. 이날까지 클린턴이 확보한 누적 대의원은 최소 1,930명 이상이어서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2,383명)’의 80%를 넘어섰다. 특히 뉴욕주 승리를 계기로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슈퍼대의원 219명 가운데 200명 가량이 클린턴 지지로 돌아선 상황을 가정한다면 클린턴 진영은 향후 경선에서 253명 이상만 확보하면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
현지 언론들도 클린턴 전 장관의 본선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클린턴 전 장관이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크게 앞서면서 샌더스 의원이 그녀를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도 이날 승리를 확정지은 뒤 “당의 대선 후보 지명전도 거의 끝나간다. 승리가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클린턴의 뉴욕 승리는 진작부터 예상됐던 바다. 뉴욕주가 다름 아닌 클린턴 전 장관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뉴욕 주는 클린턴 전 장관이 장관 재직 전인 2001∼2009년 상원의원을 지냈던 곳으로, 그에게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다.
공화당의 트럼프는 ‘괴력’을 발휘하며 압승을 거뒀다. 그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60%이상을 득표하며 약25%에 그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압도했다. 이로써 그는 뉴욕 주에 걸린 대의원 95명을 대부분 챙겼으며 확보 대의원이 800명을 훌쩍 넘어 매직넘버에도 상당히 접근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여세를 몰아 본선 자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WP는 "트럼프가 뉴욕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과반 대의원 달성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섰다"며 논평했으며 CNN도 "트럼프는 이번 경선에서 95명의 대의원을 휩쓸어 중재 전당대회 없이도 대선 후보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입지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자력 과반 달성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가 매직넘버인 1,273명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403명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남은 15개 경선에 걸린 대의원 숫자(674명)를 감안하면 향후 평균 59%를 득표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내달을 넘겨 6월 7일 캘리포니아 마지막 경선까지 지켜봐야 과반 달성 여부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더욱이 이번 뉴욕 주 압승은 트럼프에게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작용한 만큼 너무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트럼프가 6월 7일 경선까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선투표 격인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수밖에 없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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