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승 기자

등록 : 2018.04.12 04:40

[짜오! 베트남] 석탄발전 덕에 경제 성장했지만, 이젠 클린 에너지에 눈 돌린다

등록 : 2018.04.12 04:40

<41> 대기 오염과의 전쟁

# 1분기 성장률 7.4%... 10년새 최고

전력판매 증가율, 성장률 웃돌아

제조업 안정적 생산활동 바탕 돼

# 냉장고ㆍ에어컨 등 혼수 필수품화

전력 수급 여전히 화력발전 우선

2030년 원전 전까진 비중 확대

# 폐암 사망자 비율 상위 4위 껑충

환경오염 인한 조기사망자 급증

“에너지 수급 전향적 자세 필요”

미세먼지 등 스모그로 가득한 하노이 시내 풍경.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있는 롯데센터하노이에서 지난 3월 말 촬영됐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1㎞ 남짓 떨어진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베트남 생산 전력량의 절반을 담당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공기 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보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베트남 통계청은 최근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7.3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성장률로는 10년래 최고 기록이다. 수출 증가(22%), 소득 증가에 따른 소매업 매출 확대(9.9%)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그 바닥에는 베트남 제조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바탕을 깔아준 전력생산 때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급증하는 전기수요

코트라(KOTRA) 호찌민무역관과 베트남 전력공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전력판매량 증가율은 2010~2015년 연 10% 이상을 기록했다. 6% 중반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2015~2020년 전력소비는 더욱 확대돼 판매량 증가율은 10.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전력 수요량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힘입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2020년쯤에는 공급 차질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산업별 전력 판매를 보면 제조업이 5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판매량(771억8,900만kWh)은 5년 전 대비 73%나 늘었을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이어 가정용 판매 비율도 35.1%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열대기후인 베트남에서는 냉장고의 대중화가 최근 마무리됐으며, 이제는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되는 에어컨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가전제품 전문 업체인 응우옌 킴 관계자는 “요즘 결혼하는 사무직 커플들은 TV, 냉장고, 세탁기와 함께 혼수로 에어컨도 빠뜨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노이 과학기술대가 2015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어컨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20% 수준이다.

높은 석탄 의존도

문제는 베트남의 전력생산이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3월 발표된 제7차 전력개발계획 개정안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생산전력 3분의1(34.4%)이 석탄발전을 통한 것이었는데, 베트남 정부는 그 비중을 앞으로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총 전력생산의 절반 수준인 49.3%로 끌어올린 뒤 2025년에는 55%로 올린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을 갖추는 2030년에는 53.2%로 그 비중을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그 경우에도 연간 1억2,900만톤의 석탄을 태워야 한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환경오염 문제가 있지만, 단기에 대규모로 전력공급을 늘리거나 투자 수익을 고려하면 석탄화력발전이 여전히 손쉽고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의 확장 계획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베트남 민간 환경단체 GreenI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베트남 화력발전 투자금액 165억달러 중 50%에 해당하는 83억달러가 중국 자본이었다. 이어 일본과 한국이 각각 37억달러(23%), 30억달러(18%)를 기록했다. 연 10%대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전력 생산 노하우를 보유한 중국이 베트남 전력시장에도 큰 손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중국은 2015년부터 자국 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운영을 중단했고, 심지어 신설 계획까지도 철회하고 있지만 베트남, 인도 등 인접국으로는 오히려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전원이 필요한 개도국과 자국 기업의 수익 창출 등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베트남의 발전원별 생산 전력 및 계획. 한국일보 그래픽팀.

신재생에너지 부상

베트남 화력발전 증설 계획에 각계에서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유럽 상공회의소 토마스 안드리타 부회장은 ‘클린에너지 인 아시아’ 포럼에서 “과도한 석탄 사용은 환경 오염으로 이어진다”며 “베트남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개발계획(UNDP)도 베트남 정부가 계획대로 석탄화력발전 비율을 높일 경우 환경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 수가 2011년 4,263명에서 2030년에는 6배 이상(2만5,402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트남 보건 당국에 따르면 2005년 베트남 사망원인 상위 10개 질병 가운데 7위를 기록했던 폐암 사망자 수는 2016년 4위로 뛰어 올랐다.

경제성장과 환경문제 사이서 고민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도 향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 비중을 2015년 3.7%에서 2030년 10.7%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석탄화력발전 비율에 환경단체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중국이 베트남에 화력발전소를 지으면 중국은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만 베트남에 남는 것은 빚과 환경 오염”이라며 “에너지 수급 계획에 있어서 정부가 보다 전향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신재생에너지 투자업체 그린에그의 정인섭 대표는 “원자력, 화력, 수력 등 대형 전원 확보 발전사업들의 부작용에 대해 베트남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는 작지만 높은 일사량, 저렴한 토지비를 바탕으로 한 태양광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장기적으로는 더 큰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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