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세계최대 컨테이너선 中에 수주 빼앗겨...한국 조선업 충격

알림

세계최대 컨테이너선 中에 수주 빼앗겨...한국 조선업 충격

입력
2017.08.20 17:38
0 0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15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15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 제공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1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중국 업체에 패배해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겼던 고부가가치 선박마저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주 패배는 상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와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사인 ‘CMA CGM’은 최근 중국 조선소 두 곳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발주한 선박은 2만2,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이다. 한 척당 선박 가격은 최대 1억6,000만달러(약 1,826억원)로 9척의 수주 총액은 약 1조6,430억원에 이른다. 이번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대형 조선 3사가 모두 참여했는데 현대중공업이 막판까지 중국 조선사들과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시장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는 사실상 우리나라 업체들 독무대였는데 이제 저가 선박뿐 아니라 초대형ㆍ고부가가치 선박마저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이번 수주전 승리를 자신했다. 여용화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본부 상무는 지난 1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과거(2015년)에 CMA CGM과 단독으로 협상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수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대중공업 패배의 원인은 선박가격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번 수주의 기본 선가는 척당 최대 1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국내 빅3 업체들의 선가는 1년 전 기준으로 이중 연료 장착 시 1억7,500만달러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있고 발주사 CMA-CGM과 중국 국영 해운사 COSCO(중국원양운수)가 ’해운 동맹’ 관계에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 5월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1,413TEU급(선박명 ‘OOCL 홍콩’)보다 크다. 게다가 벙커씨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dual-fuel)’라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고부가가치선으로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해 한국 조선사들은 수주전 승리를 자신했다.

영국의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사들은 28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일감을 따내며 1위 중국(290만CGT)을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이번에 일감을 빼앗기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중국 조선업 기술이 한국에 근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부가가치 선박도 중국에 빼앗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