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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평등 르네상스

입력
2018.04.06 15: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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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편성하면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지만 반응이 시답잖다. 중소ㆍ중견기업 취업 청년에게 연봉을 3년간 1,000만원 정도 보전해 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중소ㆍ중견기업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임금뿐 아니라 미래비전 근무환경 복리후생 등을 고려한 때문일 게다. 대기업은 실적이 좋아도 고용은 늘리지 않으니 양질의 일자리는 늘 부족하다.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은 이익이 55% 늘었는 데도 고용은 1% 늘리는 데 그쳤다. 막강한 정규직 노조도 일자리 확산에는 걸림돌이다.

▦ 노동시장의 대ㆍ중소기업, 정규ㆍ비정규직 등의 계층구조는 경제발전 단계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다. 이나바 신이치로의 저서 ‘불평등과의 싸움’에 따르면 19세기 말 이후 중화학공업이 주도한 자본주의 경제는 대기업에 의해 자유경쟁이 왜곡된 단계로 이행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호경기에 고용을 늘리고, 불경기에 조업을 단축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고정자본설비는 늘고 해고가 어려워지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게 됐다. 그 후유증이 노동시장의 중층구조다.

▦ 대기업은 오히려 중심부의 고용은 그대로 두고, 말단 업무의 대부분을 별도의 신분이나 방식으로 고용한 노동자에게 맡기거나, 규모가 더 작은 기업에 하청을 주는 식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악화한 경우에는 그들을 해고하거나 거래를 중단하는 식으로 일종의 ‘안전판’ 형태로 활용하는 것이다. 아웃 소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사원과 파트타이머, 모회사와 하청업체 등의 중층구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평등 현상은 대기업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더욱 심화했다.

▦ 최근 이 같은 불평등 계층구조 해소법이 정부나 학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그런 흐름이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도 마찬가지다. 신이치로는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분위기를 ‘불평등 르네상스’로 이름 붙였다. 그는 ‘불평등 르네상스’는 불평등 그 자체는 물론이고 분배와 생산, 성장과의 관계에 대한 관심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했다. 풍성한 논의와 바람직한 결말을 기대해 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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