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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과 전면전, ‘계엄령’ 카드 꺼내든 두테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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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과 전면전, ‘계엄령’ 카드 꺼내든 두테르테

입력
2017.05.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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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방문 도중 급거 귀국

“전국 확대 가능성” 시사

야권 등 ‘철권통치’ 확대 우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2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23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세력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반군이 암약하는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한 즉시 해외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하는 등 통치체계를 뒤흔드는 반란 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830㎞ 떨어진 민다나오섬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이던 그는 민남다오섬 마라위시에서 반군단체 마우테의 반란 조짐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전격 계엄령을 내렸다. 에르네스트 아벨라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계엄령은 23일 저녁부터 즉각 발효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초 나흘로 예정된 러시아 공식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24일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그는 귀국길에 “가혹해지겠다”고 선언하는 등 테러 엄단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반군 토벌을 위한 현대식 무기 지원도 요청했다.

1987년 개정된 필리핀 헌법에는 “외국의 침입이나 내란 가능성이 높을 때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계엄령 선포는 1972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이다.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구 20만명의 마라위시는 현재 IS와 연계된 무장반군 마우테에 포위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공급이 끊겨 밤이면 시 전체가 암흑으로 바뀌고 도심 곳곳에 마우테 저격수들이 배치돼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23일 교전 과정에서 경찰 3명이 죽고 12명이 부상했다”며 “지금은 정부군이 시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마우테 조직원들이 마라위시의 한 성당에 난입해 신부와 신도들을 인질로 잡고 군병력 철수를 요구하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군은 1,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100명 규모로 추정되는 마우테 조직을 소탕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군 격퇴를 빌미로 ‘철권 통치’를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필리핀 야권은 “도시 하나가 문제인데 2,000만명이 거주하는 민다나오섬 전체에 계엄령을 내린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실제 두테르테는 “(반군 소탕이) 한 달 안에 끝나면 좋겠지만 1년이 될 지도 모른다”며 60일로 제한된 계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도 “IS 위협이 지속되면 비사야스ㆍ루손섬으로 계엄지역을 넓히겠다”며 사실상 계엄령을 전국에 발동할 가능성을 시사해 인권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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