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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ㆍJYPㆍ빅히트가 SK텔레콤과 손잡은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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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ㆍJYPㆍ빅히트가 SK텔레콤과 손잡은 속사정

입력
2018.02.03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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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네이버, 로엔-카카오 음악사업 이어

SMㆍJYPㆍ빅히트도 SKT와 협약

40~50% 유통 수수료 낮추고

멜론 중심의 시장 견제 의도

음원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형 가요 기획사와 공룡 정보통신(IT) 회사가 잇달아 짝짓기를 하며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돈을 앞세운 음원 대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와 JYP엔터테인먼트(JYP),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는 SK텔레콤과 음악 유통 및 음원 사이트 사업 제휴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경쟁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YG)가 네이버와 손잡고 음악 사업에 나선 것에 대한 대응이다. SM과 YG, JYP는 국내 가요계 빅3로 분류된다. 빅히트는 최근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배출한, 새 강자다.

음악 유통 판 흔들기 나선 SMㆍJYPㆍ빅히트

기획사가 IT회사와 적극적으로 동거에 나선 데는 ‘입맛에 맞는’ 안정적인 플랫폼 확보를 위해서다. 유력 IT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또는 음악 유통망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가요 유통 시장은 기획사에 불리하다. 가요 유통은 기획사에서 계약을 한 유통사(로엔엔터테인먼트ㆍCJ E&M 등)에 콘텐츠를 넘기면, 이 콘텐츠를 유통사가 음반 매장이나 음원 사이트(멜론ㆍ엠넷뮤직 등)에 뿌리는 식으로 이뤄진다. SMㆍJYPㆍ빅히트는 SK텔레콤과의 제휴로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아이리버와 함께 가요 유통에 나선다. 세 기획사가 신생 유통사(아이리버)에 힘을 실어준 데는 음악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중형 가요 기획사의 고위 관계자는 “SM 등이 신규 유통망 지원을 통해 두 차례의 유통 과정을 거치며 발생하는 기존 수수료를 낮추려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SM(엑소), JYP(틍와이스), 빅히트(방탄소년단)와 손잡은 SK텔레콤. 한국일보 자료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엑소), JYP(틍와이스), 빅히트(방탄소년단)와 손잡은 SK텔레콤. 한국일보 자료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음원(스트리밍 기준)의 경우 음원 사이트에서 수익의 40%를 가져간 뒤, 유통업체에서 제작자(기획사 등) 저작권 수익(44%)에서 10~20%의 수수료를 떼어 간다. 엑소의 히트곡 ‘으르렁’ 재생으로 발생한 매출이 100원이라면, 음원 사이트는 40원의 사용료를 챙긴다. 제작자에게는 44원이 떨어지지만 6.6원(15% 기준)을 유통사에 주고 나면 37.4원이 남는다. 음원 수익의 40~50%가 유통 수수료로 빠지는 셈이다.

기획사들은 “비싼 유통 마진”이라며 불만을 표출해왔다. 기획사들은 수익분배율 재조정을 요구해 왔으나 음원 사이트와 유통사는 “온라인 서비스 기술 투자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맞서 성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이런 와중에 SK텔레콤은 음반 및 음원 유통과 음원 사이트 사업 동시 추진을 밝혔다. SMㆍJYPㆍ빅히트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가 등장한 셈이다. SK텔레콤은 아이리버를 통해 1일부터 3개 기획사의 음반 및 음원 유통을 한 뒤, 연내 새 음원 사이트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3개 기획사와 SK텔레콤의 결합은 유통 수수료 조정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SMㆍJYPㆍ빅히트는 “자사 콘텐츠의 유통 정책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전처럼 유통사의 정책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새로 선보일 음악 사이트를 통해 콘텐츠 유통 방식에도 개입하겠다는 얘기다. 세 회사는 “유통 수익 분배율 조정 및 유통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낀다. 과도한 할인율로 구설에 오른 무제한 스트리밍이나 묶음 상품에서 신곡을 제외해달라고 기획사들이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으로서도 3개 기획사와의 제휴가 남는 장사다. 기획사에 유리하게 음원 유통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지출이 IT 공룡 입장에선 그리 크지 않다. 3개 기획사와 손잡고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상품 마케팅에 나서면 기대 수익이 오히려 더 높다. 이기훈 하나대투 연구원은 “SK텔레콤에게는 기획사의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십억 원의 비용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해외에 판매할 때 엑소의 피규어를 활용하거나 트와이스의 목소리로 날씨를 알려주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YG(빅뱅, 트와이스)와 손잡은 네이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YG(빅뱅, 트와이스)와 손잡은 네이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업계 강자 멜론 견제” 시각도

SMㆍJYPㆍ빅히트-SK텔레콤 연대는 카카오와 손잡은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를 견제하려는 차원이라는 의견도 많다. 로엔은 음악 기획과 유통(멜론 등) 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하며 음악 업계에서 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아이유를 비롯해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그룹 JBJ 등이 로엔 산하 레이블 소속이다. 2016년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후 멜론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멜론 중심의 음원 유통시장을 흔들기 위해 SMㆍJYPㆍ빅히트가 SK텔레콤을 대항마로 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소비자 즉 음원 사용자에게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 멜론 가입자가 새로운 음원 사이트로 대거 이동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로엔(아이유, JBJ)과 손잡은 카카오. 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로엔(아이유, JBJ)과 손잡은 카카오. 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IT기업과 공생으로 방송사 상대 힘 키워

흥미로운 대목은 빅히트의 부상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을 강타하며 새 K팝 한류 그룹으로 부상했지만, 큐브엔터테인먼트와 FNC엔터테인먼트 등과 비교해 빅히트의 회사 규모는 작다.

SMㆍJYPㆍ빅히트의 연대에는 숨은 사연이 있다. SMㆍJYPㆍYG는 2010년부터 공동 투자로 음원, 음반 유통사 KMP홀딩스를 설립해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으나, 2012년 KT뮤직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SM과 JYP는 결국 지난해 KT뮤직과 재계약을 포기했고, YG는 계약을 이어가 빅3의 음악 유통 연대는 끝이 났다. SM이 KT 대신 SK텔레콤을 택하고,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 관계인 YG는 KT 잔류를 택하는 등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3월 YG에 1,000억 원 투자를 발표한 뒤 벌어진 일이다.

YG는 음악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힘을 싣기 위해 네이버를 사업 파트너로 택했다. YG는 KBSㆍMBCㆍSBS 등 기존 방송사에 매달리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제작한 후 포털사이트에 유통해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음악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MㆍJYPㆍYG란 삼각 연대가 각자의 속사정으로 깨지자 SMㆍJYP는 새 파트너로 빅히트를 택했다. 20년 넘게 음악 기획을 해 온 A씨는 ”이수만 SM 회장이 새 연합 구성에 직접 나섰다”며 “방시혁 빅히트 사장이 JYP 설립자 박진영과 친분도 있어 뜻이 더 잘 맞은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SM은 지난해 아이리버의 2대 주주가 됐다.

또 다른 수직계열화 경계해야

K팝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는 1일부터 SMㆍJYPㆍ빅히트- SK텔레콤 연합과 YG-네이버-KT 연합, 로엔-카카오 연합이 다투는 식으로 형성됐다. 이를 바라보는 중소 연예 기획사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음원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이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한 회사에서 가수를 키우고 그 회사가 음원과 음반 유통을 주도하며 이 회사가 지닌 플랫폼에 음악이 유통되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수직계열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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