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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영화를 보고 당신이 해야 할 일

입력
2016.08.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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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의 평이 좋지 않았던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5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몰이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평단의 평이 좋지 않았던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5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몰이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토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 날이다. 지난 토요일(8일)은 특히나 관객이 많았다. 전국에서 185만5,30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영화를 봤다. 여름 휴가철에 방학이 포개지는, 연중 최고 대목에 불볕더위까지 덮치면서 극장이 영화팬들로 가득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인 8월 6일(178만1,258명)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관객이 늘었다.

상업성을 지닌 여러 작품들이 여름 흥행 열전에 나서 골라 보는 재미도 있다. 한국영화 ‘부산행’이 1,029만5,141명(10일 기준)을 모으며 여름 시장을 선도했고, ‘인천상륙작전’(556만5,255명)이 흥행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세는 ‘덕혜옹주’(220만9,062명)가 등장하면서 꺾였다. 10일 ‘터널’과 ‘국가대표2’가 개봉하면서 ‘덕혜옹주’의 흥행몰이도 위태로워졌다.

할리우드 영화 ‘제이슨 본’(245만1,192명)도 나쁘지 않은 흥행 성과를 올리고 있고,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120만1,012명)과 ‘도리를 찾아서’(257만8,094명)도 나름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아직 흥행 레이스가 한창이나 여름 흥행 대전의 승자는 크게 웃고, 패자는 엷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는 보기 드문 흥행 성적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이 흥행 수치에 신경을 쏟고 있으나, 영화들의 면면을 봐도 올 여름은 풍성하다. 완성도에는 편차가 있다고 해도 지금, 이곳의 뜨거운 이슈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재난영화 ‘부산행’과 ‘터널’은 상업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시스템을 조롱하며 서늘한 교훈을 전한다. 세월호 참사를 환기시키며 자연스레 사회적 성찰을 끌어낸다.

‘덕혜옹주’는 잊혀진 대한제국 황실의 비극을 복원하며 망국의 설움과 여성의 주체성 등 다양한 주제들을 펼쳐낸다. ‘국가대표2’는 탈북자 아이스하키 여자선수를 내세워 비인기 종목의 아픔을 전한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의 결정적인 시점을 주목하며 현대사의 한 장면을 환기시킨다. 평단의 낮은 평가에 비해 관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새삼 평론가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 점은 ‘인천상륙작전’의 의도치 않은 미덕이다.

영화 하나하나가 인화성 강한 소재를 큰 돈과 빼어난 인력을 동원해 화면에 구현했다. 관람 뒤 ‘시원한 곳에서 2시간 가량 잘 보냈네’ 정도의 짧고 단순한 감상평에 그치기엔 아까운 영화들이다. 될 수 있으면 주변 사람들과 영화를 되새김질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여름이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부산행’과 ‘터널’에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면 불순세력으로 치부하고, ‘인천상륙작전’을 보고 실망을 표현하면 좌파 운운하는 식의 일차원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 영화들의 수준에 비해 극장 밖에서 오가는 말들이 너무나 수준 이하라서 하는 소리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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