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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오염, LNG=청정’ 이분법 정책이 갈등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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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오염, LNG=청정’ 이분법 정책이 갈등 부른다

입력
2017.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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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용·환경오염 등 검토 없이

기존 석탄발전소 LNG로 전환 추진

발전소 유치 지역 주민·업계 반발

석탄발전도 오염물질 저감 가능

LNG는 비싸 가동률 40% 불과

기존 투입비용 보상 문제도 걸려

정부가 천명한 ‘탈석탄’ 기조에 따라 기존에 건설 중이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하려 하는 과정에서 민간 발전업체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를 LNG로 전환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과 미세먼지 발생량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또 그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편익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보다 석탄은 오염에너지, LNG는 청정에너지라는 이분법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 삼척시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전면 중단을 선언한 이후 인허가 절차가 보류되며 몇 달째 공사중단 상태다. 충남 당진시의 당진에코파워도 실시계획 승인까지 받고서도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공사가 중단됐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일부 삼척주민들은 1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청와대까지 거리행진을 한 뒤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촉구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당진에서도 경치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발전소 건설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삼척의 경우는 환경 문제 때문이라도 석탄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척시 사회단체협의회 등에 따르면 삼척화력발전소 부지는 40년 이상 시멘트용 석회석을 채취해 온 폐광산으로 이곳에서 발생한 비산먼지가 삼척시내로 날아들고 석회석 침출수가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다. 사회단체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대화 삼척문화원장은 “주민 96.8%가 발전소 건설에 동의한 것은 비산먼지ㆍ석회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최신 저감장치를 장착해 환경오염 물질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민간발전협회에 따르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0.016g/kWh로 30년 이상 된 발전소보다 84%가 줄었고,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도 각각 67%, 94% 감소했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도 “삼척석탄발전소는 세계최고 수준인 영흥화력발전소의 배출 먼지 저감 기준보다 강화된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도입해 노후 발전소 대비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를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도 문제다. 통상 LNG발전소는 석탄화력발전소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존 건설 계획을 LNG로 전환할 경우 사실상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석탄은 발전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송전 효율이 떨어져도 석탄운반이 쉬운 항만 인근 해안에 짓게 좋지만, LNG는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요자와 가까운 도심 인근에 짓는 게 유리하다. 또 한전이 민간발전소 전기를 살 때 발전단가가 싼 에너지원을 우선 구입하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는 높은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지만 LNG발전소는 석탄보다 40%가량 비싼 발전단가 때문에 평균 가동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간 발전업계로선 해변에 LNG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만년 적자를 각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LNG발전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존에 투입된 비용에 대한 보상이나 향후 LNG로 전환했을 경우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보완 대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난 정권이 만든 에너지 정책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민간 사업자에게 새 정부가 LNG발전소 전환을 요구할 경우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 같은 경우 특별법을 제정해 보상해주거나 LNG 전환 후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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